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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동 찾은 盧대통령 "화합과 상생 말이 아닌 실천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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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조영길 국방부 장관과 문재인 시민사회수석(右)이 악수하고 있다. [신동연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업무 복귀 후 첫 외부 행사로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지난해엔 盧대통령의 방미 외교를 '굴욕'이라고 항의하는 한총련 학생들이 대통령의 묘역 입장을 저지하는 등 소란이 일었었다. 이 일로 사법처리를 받게 된 학생들의 선처를 요청하려고 청와대를 찾은 5.18행사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盧대통령은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1년 뒤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날 광주공항 부근엔 노란 풍선과 함께 '광주는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행사장 입구에서 이라크 파병 철회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 50여명도 盧대통령의 차량이 다가가자 도로 한편으로 비켜섰다.

盧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지난 3월 전국의 밤을 밝혔던 촛불시위를 TV로 보면서 선진 민주국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평화적인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불의를 용납하지 않되 민주적인 행동도 포기하지 않았던 5.18 광주의 전통이 국민 가슴속에 살아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盧대통령은 "광주에서 시작된 민주화의 불꽃이 1987년 6월 항쟁을 거쳐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냈고 마침내 시민참여혁명, 참여민주주의의 시대를 열고 있다"며 참여정부가 5.18 정신의 연장선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총선을 통해 분열구도가 무너져내리기 시작했으므로 이 희망의 싹을 반드시 살려 나가자"며 지역주의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이날 盧대통령은 특히 '용서와 화해'를 강조했다. "이제 화합과 상생의 시대를 열어야 하며 말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명실상부한 통합의 길로 나아가자"고 했다. 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상태에서 국정 2기를 맞은 盧대통령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표방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말했다. "권위주의 시대의 기득권과 향수도 버려야 한다"는 대목은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취지인 듯했다.

기념식이 끝날 무렵 盧대통령은 연주에 맞춰 운동권 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악보를 보지 않고 따라 불렀다. 권양숙 여사는 적어온 가사를 보며 노래를 불렀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과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배포된 악보를 보며 노래했고,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盧대통령처럼 악보를 보지 않고 노래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악보를 쳐다봤으나 노래는 하지 않았다. 행사 후 盧대통령은 안주섭 국가보훈처장에게 "5.18 묘역을 잘 가꿔 민주.인권의 교육체험장이 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직무 복귀 후 첫 국무회의=盧대통령은 오후엔 직무 복귀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盧대통령은 "그동안 여러분이 긴장된 마음가짐으로 국정을 수행해줘 믿음직스럽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盧대통령이 "너무 잘하면 '대통령이 없어도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까봐 걱정도 됐다"고 말해 회의장엔 웃음이 터졌다.

盧대통령은 "노사정 대타협이 올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며 노사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노사문제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할 만한 공감대를 만드는 과정이 없이는 재계나 노동계 모두 승복하지 않고 국민적 동의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양측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안을 만들어 설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성탁 기자<sunty@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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