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당대비평' 탄핵 특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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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계간지 '당대비평'여름호는 '한국의 민주주의, 탄핵 너머로 가는 길'이란 특집을 마련했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의 '혁명과 이성'을 비롯해 '감성시대의 이성적 인간, 탄핵 너머 가는 길'(안경환 서울대 법대 교수) '탄핵 사태와 한국 민주주의-의미와 파장'(박명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인권은 사라져 버린 탄핵과 총선에 대한 유감'(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등 4편의 글을 실었다.

김우창 교수는 "1987년 이후 우리의 정치 상황은 혁명적 과정의 계속이었다"면서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것은 반지성적 풍조"라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은 '혁명을 이끄는 힘은 열정이지만, 혁명의 목표인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선 이성이 열정을 대체해야 한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그가 말하는 이성은 '경직된 이데올로기적 이성'이 아니라 '유연한 이성'이다. 그것은 "시장의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민주주의의 '사회적 권리'(소득과 사회복지의 권리)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원리"다. 김교수는 공산주의의 실패를 주요한 준거로 내세우며, "사회적 권리의 문제를 하나의 기획으로 해결하려면 적어도 시장경제 체제를 받아들이는 보다 유연한 기획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교수는 "시장경제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성급한 이상주의와 이성주의를 포기하고 삶의 불가피한 불확실성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면서도 "시장의 질서 또는 그 혼돈을 받아들이는 것이 완전히 인간적.이성적 기획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안경환 교수는 "디지털 포퓰리즘, 생경한 감성의 군무, 그것이 오늘날 한국 정치의 본질"이라고 규정하고 "탄핵사건은 정치적 문제로 출발했지만 제도적 이성인 법의 문제로 종결돼 다행"이라고 진단했다. 안교수는 "벼랑에 내몰려 던진 승부수가 성공해 다수당이 된 만큼 이제는 관용과 여유를 보여야 하고, 일순간에 경천동지(驚天動地)를 기대하는 정치적 언행을 삼가면서 정제된 이성적 언어와 제도를 통해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명림 교수는 "87년 민주화운동의 성과이기도 한 현행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고, 박래군씨는 "탄핵과 총선 과정에서 진정 분노해야 하는 것은 주권자들이 정치로부터 배제돼 들러리가 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아쉬워했다. '당대비평' 여름호는 이번 주말 발간 예정.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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