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경제어떻게살리나>3.끝.경쟁력을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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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경제연구소장들이 보는 새해 경제외적인 중대변수 세가지는 대통령선거.남북관계.노사분쟁.경제도 고비용 저효율의 난제는 하루 아침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그러나 호황에 대한 준비는 불황기에 해야 하고 불황에 끄떡없는 스타제품의 개 척과 하이테크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일한만큼 대우받는 국민인식,예측가능한 정부의 비전제시도 비틀대는 경제의 처방전이라고 연구소장들은 주문한다.
[편집자註] ▶이한구=지난해 경제의 특징을 짚어보고 올해 전망을 해보는게 좋을것 같습니다.우선 지난해는 예측과 실제가 많이 달랐습니다.
▶유한수=반도체.자동차.철강등 6대 주력품목의 실상이 지난해에 여실히 드러났습니다.전체수출의 50~60%를 차지하는데도 이들 전략품목에 대한 전망을 못했던거죠.반도체의 경우 일본은 폭락을 예측했는데 우린 낙관적으로 보았습니다.
▶이윤호=지난해 불황은 경기순환적 요인에다 구조적인 요인이 합쳐진 복합적 불황의 성격이 강합니다.
▶유=고비용 저효율의 문제를 얘기하는데 고비용은 정부정책의 실패가 많고 저효율은 기업의 경영실패가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과소비등을 이유로 국민에게 전가하려는 경향도 간과할수 없습니다.
▶이한=체감경기가 특히 나빴다는 것도 한 특징입니다.이는 대다수 국민들이 종사하고 있는 부문의 경기가 나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건설.유통.중소기업.자영업등이 그런 분야죠.대기업도 생산량은 늘어 지표는 문제가 없었으나 단가가 나쁘니 까 돈이 안들어왔습니다.
▶이윤=현재의 경기하강은 생산은 늘고 출하는 크게 줄어 재고가 쌓이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기업의 경기대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게 심각한 문제입니다.
▶유=대기업이 대형 장치산업쪽에 치중하다보니 거대화.공룡화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중소기업중 잘된 곳은 10%의 성장을 했는데 1% 성장에 머무른 대기업과 비교됩니다.
▶이한=핵심기술이나 부품의 해외의존도 뿐만 아니라 수출지역이나 수출상품의 편중성도 많이 개선되지 못했습니다.올해 경제환경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윤=경상적자는 약간 감소할 여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무역수지가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이고 세계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다 엔저가 더이상 진행될 것같지 않아 수출여건은 호전되는 대신 경기침체로 수입증가세는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소비.투자의 부진이 예상됩니다.특히 정치적 원인.노사관계.대북관계등의 경제에 대한 교란요인이 문제입니다.특히 대통령선거때까지는 기업들이 투자를 유보할 수도 있습니다.
▶유=경기가 안좋아 가처분소득이 감소해 내수가 줄고 기업 채산성도 개선될 소지가 안보입니다.기업의 자금사정이 나빠지고 투자도 줄것 같습니다.이런때 기업이 수익성 있는 수입에만 치중하면 수입대리점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그런 반면 문 어발식 사업다각화에서 성장성 높은 분야 또는 수익성이 높은쪽,예컨대 영화.창업투자.첨단금융등에 진출하는 기업도 있을 것입니다.기업들이비교우위를 갖춘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하면 경기침체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습니다.
▶이윤=산업구조 조정이 본격화되는 한해가 될 것이라는데 생각을 같이 합니다.불경기에 따른 재고고정은 2,3분기까지 갈것 같습니다.그 이후나 숨통이 트일 전망입니다.
▶유=부도문제는 지난해 부도업체들이 거의 건설업체들이었는데 올해에는 사회간접자본(SOC)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조금 나아지리라고 봅니다.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은 이미 실패의 징후가 나타납니다.이유는 우리 경제가 영구적인.스타제품'을 갖 고 있지 못하기 때문으로 봅니다.
▶이윤=고비용 구조는 올해도 개선되기 힘듭니다.결국 저효율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그러나 효율성 문제도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꾸준히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유=고비용은 생산비용의 문제만이 아닙니다.생활의 고비용도 있습니다.우선.큰 정부'는 경제활동에 제약이 많다는 의미에서 고비용의 한 요인입니다.기업도 접대비.준조세등 고비용 요인에서쉽게 벗어날 것같지 않습니다.국민의 경우 결혼식 장에 축하팩스한장 보내면 될 것을 차를 타고 왔다 갔다 해야하는등 체면치레고비용이 많습니다.체면치레성 경비가 83가지나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이윤=올해는 모든 경제주체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어떤 전기를마련하는 한해가 될 것으로 봅니다.대통령선거도 이렇게 하면 안되고,경제도 이렇게 하면 안되고,과소비도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위기의식이 팽배할 것같습니다.
▶이한=산업구조 조정과 핵심기술.부품의 대외의존도는 어떻게 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유=산업구조 조정은 정부의 산업정책만으로 해결할수 없습니다.대기업의 경우 스스로의 합리적 판단에 맡겨야 합니다.또 민간의 창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때문에 벤처기업의 육성이 중요합니다.하이테크 분야의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동시에 창업투자사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그런게 산업구조 조정의 시발점이될수도 있습니다.
▶이윤=올해 성장은 잘하면 6%대,잘못하면 5%대로 예상해야합니다.뚜렷한 동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수출과 건설분야가 주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한=저는 건설투자와 수출이 성장의 기축이 될 것으로 봅니다.물론 설비투자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같고 수입은 6% 수준,소비는 5%대의 증가율을 보일 전망입니다.경기회복시기와 회복의 정도는 어떨 것같습니까.
▶이윤=회복시기는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이고 회복의 정도는 상당히 미약할 것으로 봅니다.
▶유=하반기로 가면서 서서히 경기가 회복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현상이 될 것같습니다.경기저점은 2분기와 3분기의 중간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이한=올해 우리경제는 어느 해보다 변수가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대통령선거나 남북관계.외자유입.노사분쟁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이윤=대통령선거가 변수입니다.선거때문에 정부.여당이경기부양책의 유혹을 느낄 것이고 결국 그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그렇게 되면 경제의 거품을 걷어내는 속도가 더뎌질 것입니다. ▶유=선거로 인한 자금흐름은 대기업쪽이 아니라 선거관련공사나 인쇄등 유통속도가 빠른 곳으로 생각됩니다.전반적으로 사회가 돈에 쪼들리지 않아 분위기는 전보다 나아질 것으로 봅니다. ▶이윤=그러나 선거거품이 있긴 하겠지요.
▶이한=불안감 때문에 기업의 운전자금 수요가 많아지면 이자율도 쉽게 낮아지지 않고 자금에 쪼들리는 기업의 경우 부도날 가능성은 여전히 높습니다.선거로 돈이 풀려나가면 안정적인 분위기가 될 것이라는데 회의적인 시각도 사실 있습니다.
▶이윤=올해 경제예측을 보면 특히 이자율.환율 예측이 기관마다 틀립니다.이 점을 십분 고려해 해당기업들은 경영계획을 세워야할 것입니다.보수적으로 이자율과 환율을 잡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유=탄탄한 중견.중소기업은 어려운 국내가 아닌 해외로 나가야 할 것입니다.반면 국내에 남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계열관계를 확실히 함으로써 대기업들의 지원을 받는 방향도 생각해볼만 합니다.대기업의 경우 정치일정 때문에 시설투자는 불확실하더라도 연구개발비만은 확실히 늘려야 합니다.
***선거때 경제교란 금물 ▶이윤=기업은 불황이 끝나고 호황이 올 때에 대한 준비를 불황기에 해야 합니다.호황이 왔을 때어떤 제품을 출시할 것인지,투자를 늘릴 때 자금원은 어떻게 할것인지등을 미리미리 생각해야 합니다.불황기에는 밑에만 원가절감요구를 하 지말고 경영층도 솔선수범해야 합니다.불황 극복의 아이디어를 근로자들이 내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기업들의 경영혁신이나 불황대책도 보다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합니다.
▶이한=과거처럼 시장이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지식.정보 세가지가 갖춰져야 합니다.또 절약경영이 이뤄져야 하고 기민성을 살리기 위해 사업의 분권화도 이뤄져야 합니다. ▶이윤=특히 정부는 시장경제원리에 입각,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합니다.또한 대선 주자들에게 구체적인 우리 경제의 장기 구상을 제시해보라는 제안도 해볼 만합니다.
▶유=선거때 정치권에서 경제를 교란하는 일같은 건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정부는 단기대응책이 아니라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국가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한=노동관계법이 개정됐는데 내년 노동시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윤=워낙 변수가 많아 예측이 어렵습니다만 다소 진통을겪을 것으로 보입니다.경제를 심각히 훼손할 정도가 돼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유=노사 양측이 모두 반성하는 여론이 형성돼 과도한 행동은못하리라는 관측입니다.올해부터는 실업률이 조금씩 높아져 노동시장에서 임금수준이 조절될 것으로 생각합니다.때문에 올해 임금인상은 한자리에 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한=마지막으로 국민이나 사회에 바랄 것이 있다면.
▶이윤=세계화.정보화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합니다.이러한 흐름이 갖는 의미나 우리에게 미칠 영향,대응책등에 대해 신중히생각해야 합니다.또 집단이기주의를 자제하고 근검절약 의식도 필요합니다.
▶유=너무 기득권에 연연해하지 말아야 합니다.주차료를 올리면거센 저항이 오고 터널통과료를 받으면 월급쟁이만 불리하게 된다는,계층간 위화감으로 몰고가는 식의 의식은 버려야 합니다.
긍정적인 변화는 사회 편익을 위해 참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한=각계각층에서 자기 직분을 좀더 충실하게 수행하면 된다고 봅니다.일 많이 하고 돈도 많이 받겠다는 인식이 생겨야 합니다. 〈정리=박영수.이수호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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