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6억, 부인 6억 집 각각 가져도 종부세 대상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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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진 13일 오후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右)과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中) 등이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한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형수 기자]

부부 공동 명의(절반씩)로 공시가격이 12억원 이하인 집을 가지고 있는 경우 올해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또 남편이 6억원 이하, 부인이 6억원 이하의 집을 각각 가진 경우도 대상에서 빠진다. 헌법재판소가 세대별 합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또 2006년부터 세대별 합산과세에 따라 종부세를 낸 가구는 이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장기 보유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 문제는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과세라는 결론이 났지만 법률의 효력을 유지하는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14일 헌재 결정과 관련한 종부세 관련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인별 과세로 대상 줄 듯=세대별 합산은 함께 사는 가족이 보유한 모든 주택의 공시가격을 더해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예컨대 공시가격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부부가 50%씩 공동 명의로 보유한 경우를 보자. 합산과세를 하면 과세 기준인 5억원을 넘기 때문에 종부세 대상이다. 지난해 대략 260만원의 종부세를 냈다. 하지만 올해는 부부가 5억원씩 가진 것으로 돼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남편과 부인이 각각 5억원짜리 아파트를 가진 경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12억원짜리 주택을 갖고 있는 경우 증여세 비과세 한도인 6억원을 배우자에게 증여하면 앞으론 종부세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세대별 합산 세금은 환급=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위헌이 날 경우 과거에 걷은 세금을 돌려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2006년과 2007년에 합산과세로 종부세를 낸 사람들은 이를 돌려받을 것으로 보인다. 세대별 합산으로 낸 세금을 돌려받는 사람은 16만 명에 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2005년엔 인별 과세였기 때문에 이번 위헌 결정으로 인한 환급은 없다.


세금을 돌려받을 때는 이미 납부한 금액에다 환급 이자율을 얹어 받게 된다. 국세청장이 고시한 환급 이자율은 ▶2004년 10월 15일부터 연 3.65% ▶2006년 5월 1일부터 연 4.2% ▶2007년 10월 15일부터 연 5%다. 다만 납세자들이 세무서에 경정 청구를 한 경우에 한해 돌려줄지, 아니면 국세청이 직권으로 이미 받은 세금을 전액 환급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경정 청구를 해야 하는 경우 납부 기한으로부터 3년 안에 해야 한다. 국세청은 25일 올해 분 종부세 고지서를 발송할 때 헌재 결정을 최대한 반영할 방침이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할 경우 일단 기존대로 고지하고 추후 세액을 고쳐 고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 1주택 종부세, 14만7000명=국세청도 명쾌한 답변을 못 하고 있다. 국세청 이승재 부동산납세국장은 “정부 정책이 결정돼야만 환급 문제와 올해 징수 계획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거주 목적의 장기 보유 1주택자에게 종부세를 과도하게 과세하는 것은 헌법 불합치라고 판정하고, 내년 12월 31일까지 이를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따라서 ‘거주 목적’을 판정하는 기준과 장기 보유 기준을 별도로 정해야 한다. 또 이들에 대해 어느 정도 세금을 깎아 줄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1주택자로서 종부세를 낸 사람은 14만7000명으로 이들이 낸 세금은 3532억원이었다. 또 올해 분 과세를 어떻게 할 것이냐도 적지 않은 논란거리다. 일단 기존 법률의 효력을 인정한 만큼 올해 분 과세는 그대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은 법에 대해 1주택자들이 순순히 종부세를 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5년부터 3년간 종부세를 냈던 1주택자에게 종부세를 돌려주느냐는 더 어려운 문제다. 1994년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난 토지초과이득세의 경우 과거 납부한 것을 환급해 주지 않았지만, 2005년 위헌 결정이 난 학교용지 부담금의 경우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해 납부자 전원에게 환급해 준 경우가 있다. 세대 합산을 한 경우엔 돌려주면서 장기 거주 1주택자에게 종부세를 돌려주지 않으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법을 어떻게 개정해 어느 수준까지 소급 적용할 것이냐를 결정해야 한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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