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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싸여 있던 그녀들 장은영·혜영자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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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한마디로 ‘이기적인 외모’를 지닌 자매였다. 장은영(37) 전 아나운서와 언니 장혜영(43)이 그렇다. 세월이 비껴간 듯, 자매는 젊다. 둘 다 미스코리아 출신이다. 자매는 서로 상대를 “강렬히 사랑하고 때로는 미워하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했다.

지난 9월 말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의 카페 ‘데일리 브라운’의 오픈식에서 자매를 만났다.카페는 올해 초 설립한 ‘커피와 문화’ 대표 장혜영씨가 주관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점. 동생 장은영은 이사직을 맡았으며, 홍보 일을 위주로 언니의 사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날 카페 오픈식에 참석한 장은영의 외출에는 많은 관심이 쏠렸다. 올해 초 남편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과 불화설이 불거진 이후 처음 기자와 대면하는 자리였다. 장은영은 지난 1999년 최 전 회장과 결혼, 올해 주부 10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녀는 “여전히 부부 생활에 대해 얘기하는 건 머쓱하다”면서 항간의 소문과 부부 관계에 대해 말을 아꼈다.

자매는 ‘커피홀릭’ 이라고했다. 언니장혜영은 ‘커피=문화’ 사업으로 확장 할 만큼 관심이 많고, 장은영은 늦은밤 까지 진한 커피를 마셔도 카페인과 무관하게 잠들수 있다고 했다.

자매의 커피 애착은 ‘장충다방’ 스토리로 전해졌다. 장은영의 신혼 시절, 부부가 사는 서울 장충동의 집은 커피 향기로 가득했단다.

자매가 커피사업에 뛰어든 이유
신혼 시절, 그녀가 운영하는 장충다방이 있었다

“남편이 신혼 때 아주 좋은 가정용 에스프레소 기계를 사줬어요. 친구들을 불러 자랑하고, 이웃 주민에게도 커피를 대접했죠. 당시 지인들은 우리 집을 ‘장충다방’이라고 불렀어요.” 커피를 즐겨 마시던 자매는 “어느 커피점의 커피는 괜찮고, 어디는 별로다”는 커피 품평을 하다가, “그럼 우리가 한번 해보자”며 의기 투합했다. 본격적인 사업 준비는 올 초부터. 언니가 전담해서 사업을 진행했다.

“동생은 밤에 활동력이 좋은 편이에요. 아무래도 카페인 섭취량이 많아 늦은 밤에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는 건지.(웃음) 아침이면 제게 많은 사업 아이디어를 건네주죠.”

카페 이름 ‘데일리 브라운’은 장은영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매일 신선한 커피를 제공 한다는 뜻. 자매는 “카페의 모든 원두는 직접 선택하고, 독일제 최상급 커피 머신을 사용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카페 맞은편에는 외국 유명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카페가 위치해 있는 서래마을은 다양한 커피 전문점이 들어선 상태. 그 옛날 ‘장충다방’은 이제 사업이 됐고, 한편으로 ‘커피홀릭’자매는 치열한 커피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주부라는 말이 왜 이렇게 낯설죠?
변화가 필요할 때 저는 가끔 진통을 겪어요”

1994년 KBS 공채 아나운서로 데뷔한 장은영은 유명 아나운서로 5년여를 보냈고, 결혼 이 후 10년은 아내와 주부의 삶을 선택했다. “평범한 주부로 지내던 사람이 사업을 시작했는데, 어려움이 없느냐”고 묻자, 이렇게 말문을 텄다.

“주부라는 말이 왜 이렇게 낯설죠?(웃음)” 사실 장은영은 매일 저녁 반찬거리를 준비하며 시장을 보거나 설거지를 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열심히 살아온 주부라면 어떤 사업을 하든 70점 이상은 받고 시작할 거예요. 집안 살림을 이끌어 가는 여자의 능력은 하나의 사업체를 꾸리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장은영은 ‘좋은 주부’일까. 스스로 평가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열심히 노력한 주부였다”고 말했고, 언니 장혜영씨는 ‘주부 장은영’을 이렇게 소개했다.

“요리는 시간이 오래 걸려 그렇지, 완벽 해요. 어떤 살림을 하든 제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죠. 양파를 다듬을 땐 껍질을 깨끗이 버려야 하고, 정리정돈을 확실히 하면서 요리를 만들죠. 그래서 가끔은 음식 기다리느라 화가 날 때가 있어요.(웃음) 그 대신 정리정돈은 누구보다 잘해요.”

“스테이크 맛있게 굽고, 하이라이스 잘 만들고…”라는 언니의 칭찬이 이어지자, 동생은 “모두 인스턴트식품이잖아”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요리 배우고, 꽃꽂이 배우고, 여자가 결혼하면 코스처럼 배우는 것을 모두 시도했어요. 그런데 소리만 요란하고 제대로 한 건 없어서 문제죠.(웃음) 호기심은 많은데 한 번에 여러가지 해내는 체질은 아닌가 봐요.”

아나운서 활동, 결혼 생활, 동아방송예술대학 이사, 자매의 커피 사업까지…. 장은영은 “한번에 여러 가지를 못한다”는 말을 하지만, 다양한 삶을 선택했다. 요즘 가장 큰 즐거움은 어디서 찾고 있을까.

“음… 사람이죠, 가족이고요. 제가 인간관계의 폭이 넓지 못해요. 그래서 오랫동안 같이 걸어 왔고, 지켜봐 왔고, 함께 늙어갈 사람이 있다는 게 행복이죠. 일에서 느끼는 성취감보다는 가정에서의 행복감이 훨씬 커요.”

장은영의 ‘외출’은 이래저래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 아나운서 활동을 접고 주부 생활에 접어든 햇수가 10년째지만, 여전히 그녀의 행보는 주목을 받는다. 최 전 회장과의 결혼 생활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예전의 인기와 지금의 평범한 삶 중 어느 시기에 더 애착이 가느냐고 묻자, 그녀는 뜻밖에 “몸이 아파서 깨닫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굳이 구분하는데, 제게는 똑같은 일상이죠. 누군가 완만한 선을 그리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제 삶에는 계단이 있는 것 같아요. 뚝 떨어질 때가 있고, 반대로 크게 성장 할때가있어요. 저는 뭔가 일이 있을 때는 이유 없이 아파요. 한동안 그렇게 몸이 치여요. 어떤 시기에 일어나는 일은 그렇게 알 수밖에 없나 봐요. 전 몸이 아프면서 삶의 한 시기를 넘기는 사람이죠.”

최근 그녀는 몸이 아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디가 아프다기 보다는 일종의 성장통으로
읽혔다. 언니는 그런 동생을 두고 “몸을 소진 하면서 헤쳐 나가는 타입이다. 요즘 많이 힘들었다”고했다.

아나운서로서 유명세, 결혼 당시 받은 세간의 주목, 그리고 최근 불화설을 포함해 “장은영은 어떻게 살고 있나”를 묻는 계속되는 관찰이 한 여자에겐 불편할 때가 있다는 것. 그러나 자신은 삶의 계단을 넘어가고 있다는 말일 수도 있다. 불편할 법한 질문 하나를 던졌다.

“사람들은 당신에게 늘 관심을 보입니다. 최근에는 불화설이 나왔어요. 당신을 향한 관심에는 웬만큼 여유로워진 나이인가요?”

“우리 부부가 권상우.손태영 커플도 아니고, 신혼 시절도 한참 지났죠. 사람들은 부부 생활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데, 제가 특별해서 피하는 게 아니에요. 사는 게 다 비슷한 거 아닌가요? 제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면 집 안 냉장고라도 공개하겠지만, 그 부분(부부 생활)에 대해 얘기하는 건 좀 머쓱해요. 부부 관계는 제각각 이잖아요. 정답이 있을 수가 없죠. 남편도 자신의 얘기가 언급되면 무안해 하고요. 그래서 그쪽에 대한 관심에는 점점 초연 해지고 있어요.”

최원석 회장은 영화감독의 꿈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에는 동아방송예술대학 제자의 독립영화에 제작자로 참여한 게 화제였다. 동아방송 예술대의 부대사업인 디마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타짜’의 제작사다. 최 전 회장은 드라마 촬영장에 가끔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열정을 보이고 있다. 몇 해 전 미국에서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최 전 회장은 최근 건강 악화설과 요양설에 휘말렸다. 장은영은 남편의 건강에 대해 “아주 건강하게 잘 지낸다”며 짧게 말했다.

서른일곱 장은영의 중간점검
“삶에서 구분이란 무의미해요. 지금이 가장 좋아요”

지난해 장은영은 KBS ‘열린음악회’700회 특집 때 특별 출연,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번 출연은 워낙 신세 진 분들에게 마음이 불편해서 나선 거고요. 지금은 방송에서 제가 할 일이 없는 듯해요. 하지만 ‘절대(안 나온다)’라는 말은 하지 않는 게 맞겠죠.”(웃음)

그녀는 “현재는 개인적인 장은영의 삶이라 굳이 드러낼 일들이 없다”면서 “앞으로 ‘완성된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공적인 영역에서 좋은 일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장은영이 해보고 싶다는 일은 ‘나눔’과 관련된 것이다.

“혈연관계를 떠나 어린 생명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어린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은 제게 행복을 주는 일 중 하나가 될 것 같아요.”

이날 장은영은 나이 듦에 대해 살짝 속내를 드러냈다. 마치 ‘자가발전’을 하는 듯 젊은 자랑하는 그녀지만, “예전에 아침 방송을 할 때는 늦은 밤에 라면을 끓여 먹고 자도 얼굴이 붓지 않았는데, 서른다섯이 넘으면서 조절이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그녀는 몸무게 ±2kg 기준으로 몸매 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서른일곱 장은영의 삶을 중간 점검해 달라는 주문을 담아 “한 여자로서 어느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유명 아나운서 시절, 한 남자의 시절 등 모든 게 구분을 위한 구분 아닐까요. 초등학교 때 예쁜 교복을 입고, 처음 퍼머넌트를 하고, 또 처음 화장을 하고… 모두 의미 있지만 여자의 삶에서 그런 구분이란 무의미해요. 어느 순간 모든 걸 채웠다고 말하면 아쉬움이란 게 남지 않아요. 너무 건방진 얘기일 수 있지만, 전 지금이 참 좋아요.”

취재_강승민 기자 사진_임효진(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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