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이것이과제다>2.자치단위 이대로 좋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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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해 11월30일,김성순(金聖順)서울송파구청장은 새해부터 서울시내 구자치단체에 신설될 기획실장(행정4급)자리에 구청 총무과장을 승진 발령하면서 관례적으로 행하던 서울시와의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金청장의 변(辯)은 이른바 법대로 하자는 것.“현행 지자제법은 부구청장을 포함한 모든 구청 공무원인사는 구청장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101조.부칙5조).따라서 꼭 시와협의해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金청장의 직격발언은 곧바로 서울시청을 뒤흔들었다.서울시내 25개 자치구가 독단적인 인사를 단행할 경우 5만여명에 이르는 서울시 공무원의 구청간 또는 구청-시청간 전보인사가 어렵고 승진에 따른 보직인사도 구청안에서는보직에 한계가 있어 어떤 직종이든 구청인사는 시청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게 서울시 의 일관된 입장이었기 때문.
1주일뒤 서울시는 초강수로 맞섰다.최수병(崔洙秉)당시 서울시정무부시장은 지난해 12월6일 오전 서울지역 신한국당 의원들이참석한 시정간담회에서“서울시가 일선 구청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어 시정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일선 구청장을 시장이 임명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崔부시장 발언직후 이번에는 구청이 발칵 뒤집혔다.
“지방자치를 말살하려는 망언”“崔부시장 즉각 해임,趙시장 사과”“지방자치의 기본도 모르는 무지의 소치”.구청장들은 하나같이 서울시를 비난하고 나섰고 정치권 특히 야권도.바람직스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崔부시장의.사견이었다'는 공식해명으로 진정된 이 사태는현행 지자제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즉.자치단위 분리로 인한 문제 특히 생활권의 광역시에서 자치구라는 독립적인 자치단체 운영이 행정효율성과 지역별 균형발전 측면에서 꼭 필요한가'하는 논란.
사정은 지방의 광역시도 마찬가지.지난해 1월 건축법시행령이 발효되자 대구시 7개 자치구는 구의회 의결을 거쳐 지역내 중심상업지역의 건축대지 최소면적을 현재의 3백30평방에서 3백평방로 줄이는등 건축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건 축조례를 개정했다.조례개정에 앞선 대구시의.규제완화 불가'요구는 어느 구청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이때문에 대구시는 올해 무분별한 빌딩건축으로 지역간 균형발전이나 여유공간을 가진 선진도시형 발전을 기대할 수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등 각 자치단체는 ▶시.구▶시.도▶시.군간 행정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으나 지역이기주의로 문제의 사전해결은 거의 없는 실정.특히 특별시.광역시와 자치구간 행정협의회는 현행 지자제법상 근거조항이 없는 임의단체여서 합의사항에 대한 강제성도 없어 문제해결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따라서 광역자치단체는 자치구와 군의 독자적인 행정이 지역의균형발전에 저해될 경우 시.도가 강제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자제법을 개정하는등 근본적인 대책마련 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한양대 조창현(趙昌鉉.행정학과)교수는“특별시나 광역시같은 동일생활권 지역일지라도 자치구의 특성에 맞는 행정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기본이기 때문에 자치구 폐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하고“오히려 기초자치단체에 현재 보다 강력한행정권한을 주어 행정서비스 경쟁을 유도하고 시는 이를 통제하기보다 지원하는 자치단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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