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합산 종부세, 오늘 운명의 날 … 헌재 위헌 여부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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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13일 오후 2시 종부세 법 관련 7건의 위헌소송 사건에 대한 결정을 선고한다. 종합부동산세의 위헌 여부를 놓고 3년 넘게 이어진 논쟁이 일단락되는 것이다. 종부세는 2005년 처음 도입된 이후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위헌론과,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이라는 합헌론이 맞서 왔다


앞서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종부세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기존 입장을 돌연 철회했다. 이는 종부세를 도입한 지난 정부의 입장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본지 10월 27일자 1면>

이런 상황에서 강만수 장관의 실언 파문까지 겹쳐 헌재 결정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산권 침해” vs “입법 정책”=종부세 위헌 여부에 대한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세대별로 부동산을 합산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미실현 이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투기 목적이 없는 1가구 1주택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등이다. 세대별 합산 부분은 위헌성이 가장 많이 지적됐다. 현행법은 3억원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1인 세대는 종부세 부과 대상이 아니지만, 같은 조건의 두 사람이 결혼하면 한 세대가 6억원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계산돼 종부세를 내야 한다. 결혼 여부에 따라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것이 위헌론의 입장이다. 반면 국세청은 “세대 간 명의이전을 통한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위헌론은 또 “1가구 1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투기 목적이 없는데도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정책의 피해자가 된다”고 강조한다. “노년층이나 장기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부과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생존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반면 합헌론은 “높은 가격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위한 시스템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치적 논란까지 겹쳐=최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부세 사건과 관련해 “헌재와 접촉했다”는 발언을 하면서 정치권에선 헌재의 중립성 논란이 벌어졌다. 강 장관은 헌재를 잘 몰라서 벌어진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여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민감한 사안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헌재는 더욱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헌재 하철용 사무처장은 12일 “이번 사태가 헌재의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의 빌미를 주었다는 점에서 헌재가 가장 큰 피해자”라고 말했다. 하 사무처장은 이날 ‘강 장관 발언 국회 진상조사위원회’에 출석해 “재정부 장관이 가장 큰 피해자인 헌재에 사과 표명을 안한 것에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두 차례는 선고 시기 확인 위해=재정부 관계자들이 지난달 14일, 20일, 22일, 23일 등 모두 네 차례 헌재를 방문해 유남석 수석 헌법연구관과 김상우 헌법연구관을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재정부가 민주당 이광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다. 헌재를 방문한 관계자는 백운찬 재산소비세 정책관(14일과 22일)과 윤영선 세제실장이었다. 두 차례는 선고 시기를 확인하기 위해, 두 차례는 기존 의견서(합헌 주장) 철회 및 새 의견서(위헌 주장) 제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김승현·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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