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한·미 FTA 야당과 합의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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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FTA 문제는 강행 처리를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며 “야당과 합의 처리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정기국회의) 우선 처리 순위는 예산·법안, 그 다음이 FTA”라며 “연내에만 처리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정기국회 최우선 과제였던 한·미 FTA가 몇 단계 밀린 모양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왼쪽부터)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미 FTA 비준 동의안과 관련한 당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야당과 합의 처리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실제 한나라당은 그간 “오바마 정부의 재협상 요구에 대비해 서둘러 비준해야 한다”며 단독 상정 가능성까지 거론해 왔다. 박진 외통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야당이 끝까지 반대하면 한나라당이라도 (단독으로) 상정하겠다”고 밝혔을 정도로 강경한 기류가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자유선진당 등 야당이 여야 공동 방미단에도 불참하는 등 강력 반발하면서 태도가 누그러졌다. 야당과의 충돌을 감수하면서까지 강행 처리했을 경우 예산안·법률안 처리까지 줄줄이 파행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의 반대로 국론이 분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합의 상정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 외통위원장도 이날 “(야당과) 합의 상정이 안 된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상정을 밀어붙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합의 처리” 원칙을 밝히자 야당 측도 몸을 낮췄다. “(직권 상정할 경우) 몸으로 막겠다”던 민주당과 선진당은 17일 여야 공동 방미단에 참여키로 했다.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단독 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방미단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라며 “방미 결과를 바탕으로 비준안 처리를 재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야가 무작정 ‘화해 무드’로 돌입한 건 아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연내 비준 원칙은 변함 없다”고 말했다. 야당의 협조는 구하되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한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그는 “야당이 선(先)대책을 주장했으니 보완책만 협의되면 반대할 명분이 없다”며 “(FTA 문제는) 야당에 결정권을 던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국회의 선 비준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다. 민주당 문학진(외통위 간사) 의원은 “여야 방미단이 다녀오면 한나라당도 우리 국회가 먼저 비준안을 통과시키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지도부와 조찬 회동을 갖고 한·미 FTA 등 주요 현안 처리 문제를 조율할 예정이다. 이 회동에는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쪽난 FTA 공청회=외통위는 이날 국회에서 FTA 공청회를 열었다. 그러나 FTA 비준안 상정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들어 민주당은 불참했다. 그래서 한나라당, 선진과 창조의 모임, 친박연대 등만 참석한 ‘반쪽’ 공청회에 머물렀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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