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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들 "법조타운 모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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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광진구청 '법조타운 추진단' 유영보(40.7급)씨는 요즘 입술이 바짝 바짝 탄다. 광진구가 온 힘을 기울여 유치 작전을 펴고 있는 서울 동부지방법원과 동부지방검찰청의 이전부지 선정일이 19일 코앞으로 다가와서다. "반드시 청사를 유치하라"는 구청장 특명이 떨어져 전 직원이 비상이다.유씨는 "19일 대법원에서 열리는 자치구의 유치 설명회 결과에 따라 부지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 15분간 효과적으로 설명할 자료를 만드느라 머리를 짜내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단지를 유치할 경우 세수(稅收)가 크게 늘어나는 데다 상권이 활성화되고 지역 개발도 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대법원이 30년이상 돼 건물이 낡고 시설도 부족해 새 터에 짓기로 한 건물은 광진구 구의동에 있는 동부지법.검과 노원구 공릉동의 북부지법.검 등 4개다. 법원행정처가 자치구들로부터 후보지 유치 신청을 받은 결과 동부지법.검은 광진.송파.강동구가, 북부지법.검은 도봉.중랑구가 신청했다.

이들 4개 청사는 올 2월 '지원.지청'에서 나란히 '지법.지검'으로 승격했다. 자치단체들은 법조단지 유치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당장 500억원, 장기적으로는 1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유치 전쟁=구청들은 서로 "이리 오시라"며 손을 내밀고 있다. 지역발전에 유리한 시설을 서로 유치하려는 '핌피(PIMFY : Please In My Front Yard)'현상이다.

성동.광진.송파.강동 4개 자치구를 관할하는 동부지법.지검은 송파.광진.강동구의 3파전이다. 현 청사 부근에는 변호사 사무실 100여개, 법무사 사무실 80여개, 음식점.상가는 150여개가 있다.

송파구는 미개발지 문정지구에 법조타운을 유치하고 구청.구의회도 옮겨 종합행정타운으로 조성하겠다는 작전이다. 구의회도 유치위원회를 구성해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송파구의회 관계자는 "지난 7일 구의회가 재산세를 30% 낮추는 조례안을 부결시킨 것도 법조타운 후보지 선정을 염두에 둔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광진구는 지키기에 나섰다. 박운식 기획공보과장은 "서초동에 이미 법원단지가 있는데 송파구에 또다시 법조타운을 뺏기면 강남북 균형개발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청사가 이전할 경우 주변 상권이 몰락해 주민 생계가 막막해진다"고 주장했다.

강동구는 명일동 일대 개발제한구역 2만평을 제시했다. 주변 환경이 쾌적해 법조타운 조성에 안성맞춤이라는 주장이다.

도봉.중랑. 동대문.노원구를 관할하는 북부지법.지검은 도봉.중랑구의 싸움으로 압축됐다. 도봉구는 국군창동병원 부지를 북한산과 도봉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최상의 조건을 갖췄다고 홍보하고 있다. 서울시가 창동병원 부지를 임대주택 예정지로 묶으려 하자 최선길 구청장이 직위를 걸고 결사 반대해 공공시설용으로 바꿨다.

중랑구는 신내동 360번지 일대 그린벨트를 풀 예정이다. 지역내에 별다른 공공 시설이 없고 재정자립도도 최하위인 점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노원구는 청사를 뺏앗기지 않으려고 월계동 초안산 근린공원 일대를 제안했으나 '공원'이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노원구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풍수전문가도 동원=법원 행정처는 구청들의 유치 경쟁이 치열하자 공정한 심사를 위해 대법원 3명, 법무부 2명, 학계 9명 등 모두 14명으로 선정위원회를 구성했다. 특히 풍수전문가도 1명 포함시켜 배산임수를 따지는 등 신중히 터를 정할 방침이다. 법원행정처 지대운 건설국장(부장판사)은 "새 법조타운 터는 땅값과 지역 특성, 교통, 자치단체 의지 등과 함께 풍수도 고려한다"고 밝혔다. 새 법조타운은 지상 10층,지하 2층 규모로 내년 착공해 오는 2008년 완공한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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