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가다] 전력난에 툭하면 단전, 週 2~3일 기계 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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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력 부족으로 공장 가동이 사실상 중단된 장쑤성 쑤저우시의 모 섬유제품 부품 공장. [쑤저우=장세정 기자]

지난달 중순부터 토.일요일로 단전 요일이 바뀌었지만 하루 1200㎾의 전기를 써야 하는 4000평짜리 공장을 완전 가동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쑤저우시 정부가 전력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납기를 맞추기 위해 토요일인 지난 8일 기계를 돌리려 했으나 쑤저우시 공정국이 예고도 없이 전력 스위치를 꺼버리는 바람에 기계에 넣은 천 조각이 못쓰게 돼 1000만원의 피해를 보았다.

지난 15일 기계소리가 멎은 공장에서 만난 K상무는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일주일 내내 24시간 공장을 돌려도 모자랄 판인데 이틀씩이나 공장을 세워야 하니 너무 답답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공장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전력 통제가 풀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밤에 작업을 강행하고 있다. K상무는 "토.일요일의 야간작업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50% 가량 늘었고, 생산성은 오히려 3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몇 차례 시 정부에 대책을 호소했으나 "1년6개월 뒤 추가로 가동되는 화력발전소가 완공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말만 들었다.

철강.시멘트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업종의 중복 과열투자로 인해 중국의 주요 공업지대에서 사상 초유의 단전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과열투자의 후폭풍이 전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전력난은 제조업체가 밀집된 상하이(上海).장쑤성.저장(浙江)성 등 화둥(華東)경제권 일대가 특히 심각하다.

저장성 닝보(寧波)시의 Y사 관계자는 "지방정부가 우대하는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일주일에 3일간 단전을 하는 중소업체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24개 성에 대해 제한송전에 돌입했다. 전력 수요가 많은 공장이 늘어나는 만큼 발전 용량이 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3년 중국의 전체 발전량은 1조9080만㎾h로 2002년보다 15.4% 증가했다. 그러나 발전 설비는 3억8450만㎾h로 같은 기간 7.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 무하이핑(穆海平) 주임은 "석탄 등 발전 연료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원자력 발전의 비중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광둥성과 저장성 해안 등 두곳에 원자력 발전소를 짓기로 하고 국제 입찰 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다.

김갑순 한국전력공사 베이징(北京) 지사장은 "발전설비가 마련되는 2006년까지는 전력난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력난이 계속되자 현지의 한국 기업인들은 "저임금이나 싼 땅값보다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중국 투자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고 말한다.

상하이.쑤저우=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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