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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홍수…中, 환경 재앙에 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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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 1998년 8월 중국 전역에 밀어닥친 폭우로 전국적으로 250여명이 사망한 가운데 18일 중국 최대 유전인 헤이룽장성 다칭 유전이 수몰 위기를 맞았다. [중앙포토]

기원전 양쯔(揚子)강 북부 유역엔 코끼리와 코뿔소.악어떼가 살았다. 삼림은 우거졌고 물이 넘쳐났다. 그러나 그 후 수천년간 전국적이고 조직적으로 산림이 파괴됐다. 그 결과 지금 중국엔 가뭄과 홍수만 있다. 강과 호수가 얕아지고 탁해지다 결국 흙바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댐을 쌓아 물을 잡아 보려 했지만 허사였다.

사막으로 변한 상류 지역에서 태어난 '사천바오(沙塵暴.황사)'는 중국 대륙을 가로질러 한국.일본은 물론 태평양 너머 하와이까지 날아간다. 중국에선 오염된 물 때문에 수천만명이 죽거나 죽어가고 있다. 대형 댐에 삶의 터전을 뺏긴 농민들은 폭도로 내몰렸다. 환경파괴는 중국 내 경제.정치적 문제를 넘어 국제적인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강이 죽어간다=중국이 세계 최대의 싼샤(三峽)댐을 짓는 목적은 남수북조(南水北調.남쪽의 물을 북쪽으로 공급하기)다. 댐에 담은 물을 운하를 통해 북쪽 베이징(北京).톈진(天津) 등지로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북쪽에 물이 없는 이유는 뭘까. 황허(黃河)가 말랐기 때문이다. 황허엔 우기 몇 개월을 빼곤 물이 없다. 약 1000㎞ 구간이 완전히 말라 버렸다. 문제는 대책이다. 상류에 나무를 심는 원인 치료 대신 댐을 쌓아 물을 막는 대증요법을 택했다. 공산 정권 수립 이후 황허 유역에 들어선 댐이 46개나 됐다. 하지만 아무리 댐을 쌓아도 강은 더욱 말라갔다. 이젠 인근 지역에서 공장을 가동하거나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형편이다.

◇참혹한 실상=허난(河南)성에서 발원해 안후이(安徽)를 거쳐 장쑤(江蘇)성으로 들어가는 화이허(淮河) 유역엔 1억5000만명이 살고 있다. 그러나 화이허는 오래 전부터 황허 같은 운명으로 변했다. 1950년 대홍수 직후 대형 댐 36개, 소형 댐 159개, 제방 4000개가 태어났다. 결과는 참혹했다. 타는 듯한 가뭄과 흉맹한 홍수만 반복됐다. 1999년엔 가뭄이 247일이나 계속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화이허는 조용히 사라져 가고 있다.

톈진시를 관통하는 하이허(海河)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30여개의 댐과 저수지는 유명무실해졌다. 결국 톈진시는 70년대부터는 160㎞ 떨어진 롼허(河)의 물을 끌어 썼고, 90년대 후반엔 645㎞ 떨어진 황허에서 물을 대야 했다. 황허도 말라붙은 지금 900만명의 주민은 끔찍한 세월을 맞았다.

우선 공중 목욕탕과 사우나가 폐쇄됐다. 매월 시민 1인당 8㎥의 물만 배급된다. 물 도둑을 감시하기 위해 강가엔 순찰대가 돌고 있다. 하이허 유역 1억2000만명의 주민도 톈진 시민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양쯔강도 도랑과 늪.호수.논의 불연속선으로 이어져 있다. 이대로 가면 20년 후 양쯔강은 사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위협받는 것은 식량 생산이다.

◇수질도 문제=중국 도시들은 매년 200억t의 폐수를 강과 호수로 쏟아낸다. 중국의 유기물 폐수량은 미국.일본.인도를 합친 수준이다. 대부분의 도시는 산업 폐수로 야채나 곡식.가축을 길렀다. 전문가들은 7억명의 중국인이 오염된 물을 마시고 오염된 물로 기른 채소를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간염.설사.간암.장암.식도암의 발생률이 높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분노하는 농민들=싼샤댐 건설을 위해 대대로 살아온 고향에서 밀려난 농민은 220만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적절한 보상금이나 이주촌을 보장받지 못했다. 농민들은 청원서도 내보고 시위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재난은 퍼져 간다=황사만 주변 국가에 위협적인 것은 아니다. 오염된 물로 생산된 육류.곡물.채소가 아시아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소비된다. '오염 피해의 세계화'다. 물부족으로 중국 내 식량 생산이 급감하면 세계적인 식량 위기를 촉발할 위험도 있다.

중국의 물 부족은 주변국의 물 사정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메콩.살윈.브라마푸트라 등 다른 국가들로 흘러들어가는 강의 상류에도 대형 댐을 건설할 작정이다. 댐 건설로 이 강들마저 말라 버린다면 이 강을 젖줄로 삼는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방글라데시 등에선 끔찍한 결과가 빚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물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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