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 여론불구 大選카드-그린벨트 왜 완화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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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차례 산고(産苦)끝에 24일 확정된 당정(黨政)의 그린벨트규제완화안은 거주민의 민생 고려와 내년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포석의 접점을 찾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여권이 그린벨트 규제완화를 적극 추진해왔던 것은 거주민들의 원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판단 때문.지역구(기장군)의 84%가그린벨트인 부산 해운대.기장을의 김기재(金杞載.신한국)의원은 거주민의 심경을 생활불편이 아닌.생활포기'로 요 약했다.
지난 71년7월 수도권을 시작으로 77년 전남여천에서 끝을 맺은 그린벨트 지정결과 재산권을 제약받은 주민들의 한세대가 지나면서 외부에선 알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金의원은“촌로들은 와서 한달만 살아보라며 대 화조차 거부하고 청년들이 그린벨트내 농토를 버리고 떠나 결혼조차 불가능한실정”이라고 전했다.병원.약국.슈퍼등의 시설도 없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오랜 여촌야도(與村野都)의 정치구도로 여당의원 상당수가 선거때마다 그린벨트 주민의 민원에 직면해온 것도 완화의 목소리를 부추겼다.
신한국당은 4.11총선 직후 아예 그린벨트 문제를 전담할.개발제한구역내 생활불편해소대책위'를 구성,지역구의 70%가 그린벨트인 한이헌(韓利憲.부산북-강서을)위원장이 완화의 선두에 서왔다. 여권핵심부도 환경침해등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내년 대선을 겨냥한 주요 카드로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 국토의 5.4%인 그린벨트내의 28만2천가구 96만5천명의 표를 더이상 무시할 수 없고 이중 45%에 이르는 원거주민이 결국 이번 대책의 직접적 혜택을 보게 될 전망이다.
신한국당은 당초 생활편익시설이 허용되는 범위를 그린벨트가 행정구역의 60%이상인 시.군.구지역,사업의 주체도 10년거주 이상 주민으로 폭을 넓혀 추진했다.분가용 주택도 10년이상 거주 주민이면 가능토록 손대는 김에 최대한 풀자는 의도였던 셈.
그러나 환경훼손과 부동산투기등을 우려한 정부측의 방어로 대부분 지정이전의 원거주민으로 혜택범위가 국한되고 말았다.
신한국당은 이와 관련,“완화 폭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주민 편에 서려는 정치적 노력은 인정받을 것”(鄭泳薰정조위원장)이라는 입장.
반면 찬반의 당사자인 그린벨트주민총연합과 환경단체는 노골적인불만을 토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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