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왕국, 용인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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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에 가면 ‘드라미아’라는 곳이 있다. 드라마(Drama)에 나라를 뜻하는 어미‘ia'를 붙여 만든 이름이다. 말하자면 드라마왕국인 셈이다. 각 지방에 흩어져 있는 드라마나 영화 촬영소가 너무 멀다고 느낀다면 용인으로 떠나보자. 한 큐에 드라마 속 명장면들을 파노라마처럼 엮어줄 것이다.


드라미아 세트장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로, 규모. 대규모 드라마 세트장이라지만, 이렇게까지 큰 규모의 드라마 세트장은 좀처럼 없다. 세트장이라기보다는 왕국을 연상케 하는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맨 먼저 세트장에 도착하게 되면 우선 높은 옹성과 성문을 맞이하게 되는데, 여행객들은 여기에서부터 즐거운 탄성을 내지른다. 그 분위기가 고풍스러우면서도 웅장하기 때문이다. 웅장한 입구의 첫인상은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경관으로 인해 한층 더 아름다운 위용을 떨친다. 이 주변의 산들은 하나같이 높고 울창한데 마침 세트장 주변으로 병풍처럼 늘어서서 고대의 경관인양 분위기에 취해 있다. 이렇게 해서 옛 궁궐의 위용도 부럽지 않을 정도의 격을 갖추었다. 이곳의 부지는 약 43만 평으로 이는 여의도 광장의 6배도 훨씬 넘는 크기다. 이중 세트건물이 차지하고 있는 부지는 총 1만 2천 평이다. 거기에 3천 여 평의 궁궐 세트가 추가된다. 이쯤 되면 과연 드라마 왕국이라도 불릴만하다.


두 번째는 이 거대한 왕국에서 느껴지는 ‘고요함’이다. 주변 산속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공기가 마치 밀림 속에서 만나는 마야문명의 유적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면 과장일까? 높은 시청률을 올렸었던 MBC 사극 <주몽>과 <신돈>, 최근 종영을 한 <이산 정조대왕>의 촬영지로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만도 한데, 이곳은 의외로 관광객이 적다. 대부분 테마파크로 조성되어 관광객이 들끓는 다른 세트장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고요한 여행이 가능하다. 그래서 수많은 인파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겐 마침맞은 장소이다. 세트장 관리도 썩 잘 돼 있는 편이다. 방금까지도 사람이 살았던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유지와 보수가 잘 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현재까지도 드라마 속 옛 사람들이 세트장 어디에선가 숨 쉬고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세 번째는 건물들의 ‘고증’이다. 드라마 세트장을 아무리 완벽하게 짓는다고 해도, 세세한 건축양식까지 제대로 고증해 당시의 건물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조선시대 이전의 자료들이 대부분 전쟁으로 유실되었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제작비의 여건상으로도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미아 세트장의 건축물들은 최대한 세심하게 역사적 고증을 거쳤기 때문에 다른 오픈세트장과 비교하면 좀 더 면밀한 편이다. 고려 말 공민왕의 재위기간의 개성을 배경으로 고려의 궁궐터인 만월대와 팔관회, 사찰, 고려시대의 주거 형태들이 세워져 있다. 이들은 모두 학자들에 의해 역사적 고증을 거쳤을 뿐만 아니라 실제 골조를 사용 하고 있기 때문에 인근에 있는 ‘한국민속촌’과 더불어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서 적지 않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곳은 세운지 얼마 되지 않아 철거해버리는 여느 드라마 세트장과 확실히 다르다. 애초에 오픈세트장의 개념으로 짓지 않고 고고한 역사극의 성지로 컨셉을 잡았기 때문이다. 용인 MBC 드라미아, 가을 낙엽과 함께 고즈넉한 역사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주저 없이 추천하는 바이다. 얼마 전에는 신윤복과 김홍도의 이야기를 다룬 전윤수 감독의 신작 <미인도>가 이곳에서 촬영을 마쳤다고 하니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미리 둘러보는 특권을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주소 :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용천리 산53
전화 : 031-324-4516~7

용인시 연계관광지
한국민속촌(031-288-3000), 한택식물원(031-333-3558),
장욱진 화백 고택(031-283-1911), 세중옛돌박물관(031-321-7001)

워크홀릭 담당기자 설은영 e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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