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사등 2차협상 채널 새 실마리찾는 전기로-페루 인질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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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원영(李元永)한국대사등 5명이 20일 새로운 협상 중재역으로 위임돼 풀려난 것을 계기로 페루정부와 인질범들간의 협상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캐나다.독일등 선진국 대표로 구성됐던.1차 협상중재단'과는 달리 한국.브라질.이집트등 중진국 혹은 개도국으로 구성된.2차협상중재단'이 새로운 협상채널로 등장함으로써 협상형식이 어떤 방식으로든 달라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협상채널은 인질범들이 지명한 앤서니 빈센트 캐나다대사등 5명의 협상중재단과 국제적십자사 국제위원회로 이원화된 상태.협상중재단은▶수감된 게릴라 4백80여명 석방▶정글내 안전지대로 이동 보장▶시장경제정책 수정▶전쟁세 지불등 게릴라들이 내세운 4가지 조건을 놓고 페루 정부와 인질 석방 교섭을 벌여왔다. 반면 적십자단은 인질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는 역할을 전담해 왔다.
현재까지의 협상결과는 인도적인 측면을 제외하곤 미미한 실정이다.우선 19일 인질들에게 빵.잼,8백개의 바나나,4백50개의사과,닭고기 5백인분,선풍기 20대,체스기구 10세트,휴지.치약.칫솔.일회용 면도기.의약품.옷가지등이 전달됐 다.대사관내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하는데 성공한 것도 협상성과로 꼽을만하다.
그러나 인질 석방은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대사관 점거직후 대거 석방을 제외하고 협상이 시작된 뒤에 석방된 인질은 질병을 앓고 있는 일본인 3명등 4명과 이번에 李대사등과 함께 석방된34명등 모두 38명뿐이다.또한 앞서 풀려난 캐 나다대사등 5명과 이번에 나온 李대사등 5명도 사실상은 석방된 것이지만 그래도.집행유예상태에 있는 인질들'이라는 꼬리는 붙어있다.
李대사등 5명은 현재로서는 21일 정오(한국시간 22일 오전2시)까지 협상결과를 갖고 대사관저로 돌아올 것을.명령'받은 상태.이들에게 맡겨진 일은 우선 끊긴 전화.전기.수도를 대사관에 다시 연결시키는 일.그리고 인질범들이 수감중 인 동료 게릴라들과의 전화 통화가 이뤄져 이들의 안전을 확인할 경우 추가 인질석방도 가능하다고 밝힌 만큼 이 부분에 대한 페루정부의 양보촉구도 수행해야 할 목록에 들어있다.물론 李대사등이 협상에 전적인 부담을 질 필요는 없지만 게릴 라들이“가시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경우 이번에야말로 인질처형을 시작할 것”임을 공언하고 있어 인질협상에는 시간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더군다나 페루정부가.양보불가'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실마리 찾기가 아직은 쉽지않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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