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총수 배수진 물갈이 대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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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어려울 때일수록 장수가 선봉에 서야지 뒤로 물러선다는 것은전술상 있을 수 없는 것이다.” 18일 단행된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원로.중진급 톱경영인들을 해외본사 책임자로 대거 전진배치한데 대한 그룹측의 공식 설명이다.전문경영인뿐이 아니다.많은그룹에서 그룹부회장.운영위원회.소그룹및 비서.기조실등 중간 참모조직을 줄이고, 오너가 직접 경영을 챙기는 친정체제가 강화되고 있다.
지난1일의 진로그룹 인사를 필두로 한 삼성.LG.쌍용.한화.
대림.코오롱.신호그룹등의 사장단.임원인사,비서실 개편을 분석한올 재계 인사의 키워드다.
대기업들은 당면한 경영난 타개를 위해 비장감마저 풍기는 이같은 승부수를 던지면서 경영실적을 엄격히 물어 인사에 반영하는 철저한 성과주의를 통해 과감한 문책과 발탁인사를 단행했다.
이에따라 퇴진폭 못지않게 승진폭도 커 세대교체가 이뤄지며 상당수 그룹은.창사이래 최대규모'인사까지 기록하고 있다.흉년속의대이동인 것이다.
◇총수.고참경영인이 직접 나선다=쌍용그룹은 3명의 부회장중 한명만 남기고 2명은 사장 또는 고문으로 발령냈다.이에따라 그룹 경영은 회장.부회장단의 운영위원회→사장단회의를 거치던게 회장→사장의 직결라인으로 단축됐다.한화는 5개소그룹 장중 1석을제외하고는 공석 또는 겸임발령을 냈다.소그룹제의 사실상 해체,김승연(金昇淵)회장 친정체제 강화의 일환으로 보인다.전문경영인의 전진배치도 잇따라 쌍용은 그룹부회장이 계열사 사장으로,증권회장이 보험 사장으로 일선에 배치됐다 .
삼성은 종전 부사장.전무급이 맡던 5대 해외본사에 부회장.사장급을 내보내.현지완결형'경영체제를 구축했다.
◇비서.기조실 축소=의사결정을 단축해 회장 직할경영을 강화하는 포석.삼성.한화.진로그룹은 사령탑인 비서.기조실장을 교체했다.정기인사를 앞둔 일부 다른 그룹도 교체설이 나오고 있다.또삼성.LG.선경.한화.두산그룹등은 비서실 슬림화 를 단행했거나할 방침.
◇책임을 묻는 인사=연공서열방식을 탈피한 성과주의는 올해 인사의 큰 특징.구본무(具本茂)LG회장은 임원인사때“어느해보다 철저하게 성과주의에 따라 인사하려 했다”고 말했다.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40대후반~50대초반의 차세대경영인이 그룹마다 대거발탁됐다.삼성의 허태학 중앙개발 전무는 2단계 뛰어 사장이 됐다.LG는 2단계 승진 5명,34세 임원 선임등 26명을 발탁인사했다.대림에서도 차장에서 이사대우로 두칸 뛴 새 별이 탄생했다.보수적으로 소문났던 코오롱그룹 도 젊은 회장의 작품으로 상무를 사장으로 발탁하는 인사를 했다.기술.영업.해외통의 부각도 눈에 띈다.LG.진로는 각각 다국적 컨설팅업체 출신과 미국무부 관리출신을 임원으로 영입했다.
국내 메모리반도체 개발주역인 삼성전자 진대제 대표는 87년 이사보 선임후 매년 한단계씩 뛰어 부사장 1년만에 대표가 됐다 ***[ 25면.커버…'서 계속 ] 불황탈출을 위한 공격형 영업통 중용도 그룹마다 두드러지고 있다.
반면 문책도 적지않다.특히 화학.건설.전자.중공업등 올해 실적이 부진했던 계열사에서 심하게 나타났다.
◇세대교체=주요 그룹에선 이제 60대 전문경영인을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삼성은 사장급이상 6명을 상담역으로,LG는 5명을 고문 또는 해외연수등으로 발령냈다.쌍용은 원로 7명을 고문으로,코오롱.진로.대림등도 50대후반~60대 초 반 경영진을1~3명씩 일선에서 퇴진시켰다.
이같은 물갈이속에 분위기 쇄신을 겸한 수평이동식 전보도 많아인사규모가 커졌다.
LG는 임원승진자가 지난해 3백36명에서 올해 2백48명으로줄었다.그러나 삼성은 대표이사급 48명중 3분의2인 32명이 승진.전배되는 창사이래 최대규모 사장단인사를 했다.진로도 71명의 승진.전보등 최대규모 임원인사를 기록했다.
쌍용은 종전 3~4명에 불과했던 사장단 인사폭이 올해는 17명으로 늘었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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