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하자, 다만 권력구조는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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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정부 형태와 헌법 개정’ 토론회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그동안 개헌 관련 논의에 활발히 참여해 온 패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준일·김일영·이정희 교수, 한나라당 조해진·민주당 김종률 의원, 문우진·조진만 교수. [김형수 기자]

개헌론의 핵심 화두인 권력 구조 개편과 관련해 세 개의 서로 다른 견해가 부닥쳤다. 사단법인 ‘내나라연구소’(소장 김영래 아주대 교수)가 7일 국회에서 개최한 ‘바람직한 정부 형태와 헌법 개정’ 세미나에서다.

대통령 연임제, 내각책임제, 분권형 대통령제를 각각 지지하는 세 명의 학자가 그간의 논의를 정리하고 논리를 전개했다. 먼저 발제자로 나선 성균관대 김일영(정치학) 교수는 대통령 연임제를 주장했다. 김 교수는 “1987년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옮겨 갈 때 발생한 혼란을 개헌으로 수습한 역사가 있다”며 “촛불 정국 등을 거치며 우리 사회는 새로운 사회 계약을 통해 공동체의 질서와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4년 연임제를 통해 대통령의 통치 능력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무총리를 없애고 부통령직을 신설, 정·부통령을 4년마다 선출하되 1회 연임할 수 있게 하고 ▶대선과 총선 주기를 맞춰 국정 안정을 꾀하고 ▶대통령의 정당성을 높이는 장치로 결선 투표를 도입할 것 등을 주장했다.

고려대 이준일(법학) 교수는 의원내각제를 지지했다. 대통령 연임제에 대해 ▶대통령의 독재 가능성 ▶행정부와 입법부의 지나친 갈등 등을 이유로 비판한 이 교수는 “의원내각제는 여소야대로 인한 정국 불안을 해소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부는 언제라도 물러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특히 지역 감정의 골이 깊은 우리의 경우 지역 정당의 연합을 통해 지역 감정도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권형 대통령제 지지자인 동국대 황태연(정치학) 교수는 “대통령은 외치와 통일에 신경 쓰고, 국내 문제는 총리가 도맡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분단 국가라는 특성상 북한과의 관계가 중요할 뿐 아니라 통일된다고 하더라도 초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특성상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외치에 전념할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해진(한나라당)·김종률(민주당) 의원도 이날 세미나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두 사람 모두 국회 내 개헌 연구단체인 미래한국헌법연구회의 회원이다. 조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각 후보가 임기 초 개헌을 공약했지만 촛불 정국과 금융위기 때문에 개헌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계엄 선포나 긴급명령 등의 권한을 거론하며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하는데 평상시 행사되는 권한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며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의식과 문화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수퍼맨 불가론’을 들어 의원내각제를 지지했다. 그는 “대통령이 수퍼맨이 되지 않는 이상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소화해 낼 수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파의 무한 대립과 지역주의를 완화하기 위해서도 내각제가 적합하다”며 “내각제로 바꿨던 3차 개헌 이후 반세기가 지난 만큼 이제는 여건과 환경이 성숙됐다”고 덧붙였다.

글=권호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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