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졸업한 3개 대학 현지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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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옥시덴털 칼리지에서 4일 밤(현지시간) 개표를 지켜보던 학생들이 오바마의 당선이 확정되자 기쁨에 겨워 환호하고 있다. [LA지사=장연화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세 군데 대학을 다녔다. 1979년 가을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옥시덴털 칼리지에 입학해 81년 봄학기까지 2년을 다닌 후 뉴욕 컬럼비아대 정치학과로 편입했다.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시카고 빈민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하다가 하버드대 로스쿨에 진학했다. 오바마가 당선된 이후 찾아가 본 이들 3개 대학은 ‘대통령을 배출한 학교’라는 자부심 속에 오바마 열풍을 이용한 다양한 학교 홍보 이벤트를 펼치고 있었다.

◆하버드 대학=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시에 있는 하버드대는 대선 이틀이 지난 6일에도 여전히 들떠 있었다. 오바마 당선인이 나온 로스쿨에는 ‘오바마 시대’라는 제목이 적힌 대학원 신문이 널려 있었다. 하버드 로스쿨은 1876년 당선된 러더퍼드 헤이스 이후 132년 만에 대통령을 배출했다.

하버드대는 4일 밤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로스쿨이나 학부생 기숙사, 케네디스쿨(행정대학원), 캠퍼스 옆 하버드 광장 등 곳곳에선 오바마의 주별 승전보가 전해질 때마다 환호로 뒤덮였다. 그의 수락 연설 때는 “오바마” 연호가 끊이지 않았다.

6일 로스쿨에서 만난 콜린 해리슨(2년)은 “오바마를 선배로서가 아니라 미국의 이상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대부분 학생이 그의 이름을 부를 정도로 친근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헤일리 호로위츠(3년)는 “교수들이 강의시간에 오바마를 친구라고 스스럼 없이 소개할 정도로 그는 로스쿨과의 인연이 깊다”고 밝혔다.

아프리카계 미국 학생들은 오바마 당선에 더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캘턴 포브스(22·학부 4년)는 “너무 행복하다”며 “우리 선조들이 투표권조차 갖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오바마의 당선은 역사적 사건이며 긍정적 의미에서 9·11 테러의 충격에 견주고 싶다”고 밝혔다. 로스쿨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시시각각 오바마 관련 소식을 전했다. 엘레나 케이건 학장은 “로스쿨이 오바마의 삶에서 일정 부분 중요한 역할을 한 데 대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그가 학생일 때 많은 사람이 보았던 잠재력을 성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를 연구조교로 발탁했던 로런스 트라이브 교수는 “오바마의 역사적 승리는 미국에서는 모든 것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라이브는 “오바마 입학 전에 4000명, 그 후에 4000명을 가르쳤지만 누구도 오바마만 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고 자주 언급했다고 한다.

오바마는 5일 3명의 로스쿨 동창생과 전직 교수 1명을 정권 인수위원으로 임명했다. 행정부로 자리를 옮기는 교수진은 줄을 이을 전망이다. 로스쿨 교수진 절반가량이 학계를 떠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하버드 크림슨’(대학신문)의 2일자 제목은 “하버드는 워싱턴으로 간다”였다.

◆컬럼비아 대학=“버락 오바마는 미국 역사상 첫 번째 흑인 대통령일 뿐 아니라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첫 번째 대통령입니다.” 리 볼링거 컬럼비아대 총장은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졸업생인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축하 메시지를 이렇게 전했다. 제시카 마리나치오 입학처장은 대학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는 컬럼비아대 지원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우리 대학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지 보라”고 강조했다.

6일 컬럼비아대에서는 오바마 승리를 기념해 다양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었다. 영문학과 교수 모니카 밀러는 ‘할렘 르네상스 영문학’ 강의 시간에 ‘미국 정치권의 흑인 부상’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국제관계 빌딩 대강당에서는 오바마 승리를 분석하는 패널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에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했던 ‘뉴요커’ 매거진의 편집장인 헨드릭 허츠버그, 컬럼비아대 출신의 칼럼니스트 캐사 폴리트 등이 참석했다. 허츠버그는 “살아생전에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을 볼 수 없을 줄 알았다”며 감격했다.

◆옥시덴털 칼리지=LA시에서도 비교적 한적한 이글락 지역에 위치한 옥시덴털 칼리지도 오바마 당선인이 다닌 학교라는 소문이 나면서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콜린 샤키 홍보 담당자는 6일 “매일 언론사 두세 곳이 찾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며 “당선인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정된 때부터 학교를 방문하는 학부모도 늘어났다”고 자랑했다. 미 서부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학부 중심대학인 옥시덴털은 오바마 열풍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학교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당선인의 사진을 띄워놓았으며, 자료실에는 당선인에 대한 정보 코너를 별도로 마련했다.

6일 오후 캠퍼스 곳곳 길바닥에는 ‘오바마 승리’와 ‘투표의 힘’이라고 적힌 낙서가 눈에 띄었다. 서너 명이 모여 있는 곳에 가면 어김없이 오바마에 대한 이야기가 들릴 정도로 학생들은 아직도 흥분돼 있었다. 말리아 라틴(외교학과 2학년)은 “4일 밤 많은 학생이 학생회관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봤는데 당선 확정 발표 순간 모두 울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케임브리지=오영환 기자(하버드대 국제문제센터 펠로), LA지사=장연화 기자, 뉴욕지사=이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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