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脫北 김경호씨 一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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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탈북한 김경호(金慶鎬.61)씨 일가족은 17일 오전10시 서울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인간다운 삶을 위해 북한을 탈출했다”고 말했다.다음은 일문일답.
-탈출동기는.
(최현실)“남편이 남한출신이라서 평소 천대와 감시를 심하게 받았다.이 때문에 평양에서 회령으로 추방됐고 천대와 감시가 계속돼 아이들의 장래도 걱정됐다.이런 중에 92년 부모님이 미국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됐고 어머니가 탈북을 권유했다.”-월남자가족은 어떤 차별을 받나.
(김성철)“학교 졸업할 때 인민군대.대학.사회진출이라는 3가지 길이 있다.최고는 인민군대 입대다.그러나 나는 월남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대학도 못 가고 사회진출자가 돼 시계수리공이 됐다.” -탈출과정에서 가장 힘든 고비는.
(김명숙)“두만강을 건널 때와 동남아국가(홍콩)의 수용소에 있을 때였다.신문과 TV에 우리의 탈북경위가 보도돼 북한이 테러를 할까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먹지도 못했다.” -최영호씨는 왜 탈북했나.
(최영호)“맏아들인 금철이와 친구다.탈북 6일전 금철이가 찾아와 .탈북하려는데 도와 달라'고 했다.전가족이 탈출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동해 탈출을 도왔다.” -북한에서 어린이교육은어떻게 하나.
(박현철.9세)“북한에서 남한학생들은 공부도 못하고 돈이 없어 학교에 다니지도 못하며 군인들은 강도짓을 하고 민간인도 막죽인다고 들었다.김일성.김정일에 대해서는 어려서부터 빼어나고 음악과 체육을 잘했다고 가르쳤다.” -주민교양은 어떤 식으로 하나. (김명실)“나진.선봉지역 주민의 경우 생활총화등을 통해외국인 질문에 대한 답변요령을 가르치고 있다..국가에서 일자리를 마련해 줘 실업자는 없다'는 식이며 지난 8월에는 공장.기업소등 단위별로 구두시험을 보기도 했다.” -북한에서의 전쟁준비 실태는.
(김일범)“일반가정에서는 생필품이 태부족인데 전쟁예비물자는 1백% 갖추고 있다.김정일은 최근 군인들의 사기를 북돋운다며 중국산 담배를 수입.지급했고 정치사상교육도 강화하고 있다.주민들은 크게 상층과 하층으로 구분할 수 있는냔 당간부 등 잘사는사람들은 전쟁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그러나 하류층은 굶어 죽든 전쟁이 나서 죽든 죽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북한의 의료시설 수준은 어떤가.
(최현실)“종합진료소등 의료시설이 있지만 병원에는 약이 없다.의사는 진단만 할 뿐 치료를 할 수 없다.필요한 약은 개인들이 시장에서 구입해 쓴다.” -북한에서는 여자들이 대부분 일을하는데 김경호씨 일가족중 여자들은 직업이 없다.이유는.
(김명숙)“북한여성들은 처녀때는 모두 직업이 있지만 결혼한 뒤에는 50% 정도가 직장을 포기한다.그나마 월급을 배급표로 주는데 배급표로 물건을 바꿀 수 없다 보니 직장을 그만두고 장사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북한의 혼례풍속은.
(최현실)“약혼식때 남자가 여자에게 옷 한 벌,화장품을 사 주는 정도다.모든 혼수는 여자가 부담한다.결혼식은 집에서 치른다.” -서울나들이에서 북한과 가장 다르게 느낀 점은.
(이혜영)“서울에서 백화점.식당.시장을 둘러봤다.사람들이 모두 웃는 표정에 깨끗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북한에서는 보통 옷을 기워 입는다.또 백화점에는 희귀한 물건이 잔뜩 쌓여 있었다.북한이라면 눈깜짝할 사이에 도둑맞았을 것이다.” -이곳에서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김금철)“아직 잘 모르겠다.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떳떳하게 열심히 일하겠다.부모님이 얼마남지 않은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선 아버지의 병치료에 힘쓰겠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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