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서 보는 오바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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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시대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래 거대했던 보수의 흐름이 진보에게 길을 내주었다.

한국과 한반도엔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당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한·미 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도 근본적인 변화를 맞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많은 숙제를 줬다”(김형오 국회의장)는 진단부터 “일면 대비하면서도 처변불경(處變不驚·상황이 바뀌어도 당황하지 말라) 생각을 가져야 한다”(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얘기까지 나온다. ‘여의도 사람들’은 오바마의 출현을 어떻게 바라볼까. 주요 현안별 시각을 살펴봤다.

◆한·미 FTA 재협상론 불붙나=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기간 중 한·미 FTA에 대해 재협상을 주장해 왔다. ‘아주 잘못된 협상’이란 표현도 썼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공개적으론 “오바마 당선인이 실제 재협상까지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되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거 기간 중엔 ‘센 표현’을 쓸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여권은 그러나 오바마 당선인이 재협상을 요구하기 어렵도록 국회가 빨리 한·미 FTA를 인준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은 6일 “우리가 비준하지 않고 기다리면 오히려 (미국 측에서) 재협상론이 다시 대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당정협의에선 한·미 FTA의 연내 비준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이런 논리에 공감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 때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한·미 FTA를 체결한 송민순 의원은 “지금 밀어붙이는 건 FTA를 살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좌절시키는 것”이라며 “우리 국회에서 비준했다고 미 의회에서도 할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국회의 비준이 미국 비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건 환상”이라고 했다.

◆북·미 관계는=오바마 당선인은 “집권 1년 안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한 적이 있다. 정치권에선 북·미 간 직접대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면 북한의 인권이나 북핵 문제에선 미국 민주당이 공화당 못지않게 엄격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권에선 “북·미 관계의 변화가 근본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 노선 변화를 초래하진 않을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에선 “우리가 손놓고 있으면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 대화하고 남한과의 대화는 거부하는 북한의 전략)이 될 것”(박상천 의원)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엇갈리는 성향의 한·미 정부 관계는=90년대 김영삼 정부 이래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이념 성향이 엇갈려 왔다.한때 껄끄러웠던 경험도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은 보수 우파인 반면, 오바마 당선인은 중도 좌파 성향으로 분류된다.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오바마 당선인은 미래 지향적인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여러 공약을 살펴보면 매우 현실주의자”라며 “정책 방향은 이명박 정부가 해왔던 기조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선 그러나 “혼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시각이 있다.

한편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바마 관련 토론회에서 “(미국) 안보 보수는 오만했고 시장 보수는 탐욕스러웠다”며 “한국 보수들도 대오각성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고정애·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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