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 침체 공포가 ‘오바마 효과’ 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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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코스피지수는 6일 전날보다 89.28포인트(7.56%) 내린 1092.22로 마감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한 카메라 기자가 시황판을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오바마 효과’는 이틀을 이어 가지 못했다. 6일 국내외 증시가 동반 하락하며, 전날의 상승세가 꺾였다. 한껏 부풀었던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실물경기 침체 우려’가 채웠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엄연한 현실인 경기침체가 다시 고개를 내민 것이다.

◆약발 떨어진 ‘오바마 효과’=4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이 유력시되자 전 세계 증시는 동반 급등했다. 그러나 정작 당선이 확정된 5일 급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유럽 증시가 하락했으며, 이어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도 5.05%나 떨어졌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각종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훨씬 나쁘게 나온 게 원인이 됐다. 이어 6일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선물 임호상 연구원은 “예상보다 경기침체 양상이 심각하다는 게 속속 지표로 확인되자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감이 오바마 효과를 압도했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오바마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지속될 것이냐에 있다. 하이투자증권 최석원 연구원은 “오바마가 서둘러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럼에도 주가가 약세인 것은 실물경제가 회복되기까지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조만간 경제팀을 구성하고 경제운용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오바마는 공공공사 확대, 실업자 수당 증액 등에 1000억 달러를 지출하는 경기부양 대책을 의회와 협의 중이다. 또 근로자에 대한 세금 감면, 주택차압 방지펀드 조성 등의 방안도 대통령 취임 전에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 불안 당분간 이어질 듯=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들은 내년 세계 경제가 최악의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내년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일본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경기침체를 벗어나기까진 3~4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급한 대로 당장의 금융 불안을 해소하는 데엔 향후 2~3개월이 고비가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센터장은 “연말 결산 시점이 다가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이익이 많이 난 한국 주식과 채권을 많이 처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외국인들이 연말 결산 과정에서 채권을 대규모로 파는 바람에 시중금리가 급등하기도 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손실을 연말에 한꺼번에 정리하면서 미국과 유럽 은행들의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신증권 성진경 연구원은 “외국 은행들이 그동안 손실을 많이 상각해 왔지만 감춰진 부실이 다 드러나면 상각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며 “은행들의 실적 악화가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이후 국내 금융시장은 최악의 고비를 넘겼지만, 주가와 환율은 여전히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다. 은행과 기업의 외화 차입도 여전히 막혀 있다. 또 외국인들이 주식에 이어 채권까지 팔아 달러로 바꾸면서 환율도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은행들은 정기예금으로 시중 여윳돈이 들어오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은행채 발행금리는 아직 연 7%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자금부장은 “자금사정이 넉넉지 못하다 보니 정부의 요구만큼 중소기업과 가계 대출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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