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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앞으로 1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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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앞으로 1년은 우리에게 매우 어려운 한해가 될 것 같다.정치.경제.북한문제 등 그야말로 우리는 총체적 시련에 직면하게 될것으로 보인다.
경제는 이미 어렵게 돼 있다.날로 늘어나는 경상수지 적자도 문제지만 더욱 걱정되는 것은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있다는 사실이다.오늘날처럼 빠른 속도로 세계화되는 환경속에서 경쟁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진리다.그런데우리는 바로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그 이유는 여러가지가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임금이 너무 빨리 상승한데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분야의 평균 시간당 임금이 중국에 비해 거의20배에 가깝다고 한다.그렇다고 우리 기술이 중국에 비해 그렇게 앞섰다고 보기는 어렵다.임금이 그렇게 많이 오른데는 정치의책임이 크다.민주화 과정에서 경제의 근본원리를 소홀히 한 것이잘못이었다.그런데 앞으로 1년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의 바람이 경제의 원리를 덮어버릴 위험이 크다.이것이 바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점이다.
북한문제도 심상치 않다.북한의 식량문제만 해도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것 같다.특히 내년 봄부터 북한의 식량사정은 위기상황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그렇다고 북한체제가당장 붕괴된다고 보아서도 안되겠지만 붕괴되지 않 는다고 해서 안정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도 곤란하다.만일 북한에 예기치 않았던 상황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할까.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북한 내부에 대한 냉철한 정세판단과 더불어 주요국들과의 관계 등 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대비해야 하는데 이런 사태가 바로 우리경제가 어렵고 정치적으로는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기에 일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욱 걱정된다. 북한문제는 한.미(韓.美)관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한 우리의 기본국방체제가 미국의 역할을 전제하고 있고 통일로 가는 과정도 미국의 역할을 배제하고생각할 수 없다.그런데 최근의 한.미관계는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만 하기에는 양국정부간의 불협화음이 너무 밖으로까지 들리고 있다.이유는 어디에 있든 결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물론 동맹관계를 관리해 나가는데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이다.특히 냉전이 종식된 마당에 한.미 양국의 이익이 모든면에서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양국의 입장 사이에 최대한의 공통분모(共通分母)를 찾아 냄으로써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분리시킬 수 있는 틈새를 허락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내년 봄 이후 북한에 어떤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한.미간 대응전략에 이견이 노출된다면 우리의 대북(對北)정책은 지극히 어려운 지경에 놓이게 될 것이다.그렇게 되지 않도록 지금부터 한.미간의 신뢰를 두텁게 쌓아 두어야 한다.모 든 다른 정책문제에서도 그렇지만 한.미관계를 관리하는데 있어서도 정치의 논리가 국제관계의 현실을 우선하는 것은 위험하다.그런데 최근에는.국민감정'이라는 표현을 자주 만나게 된다.민주국가에서 국민의 여론이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의 이성적판단도 아니고.감정'에 따라 정책을 결정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특히 안보와 관련된 문제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경제와 북한및 한.미관계 이외에도 우리사회는 그동안 개혁을 통해 새로 만들어놓은 제도들을 뿌리내리도록 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니고 있다.새로 시도하고 있는 지방자치제.선거제도.개혁된 교육,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에 따른 금융시장개방,새로운 노동법 등 앞으로 1년동안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있다.만일 국민감정을 앞세운 정치의 바람이 경제의 원리와 북한의 위기상황,그리고 한.미관계의 현실 등을 뒤엎어버린다면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행정.교육.정치 .금융제도 등을 내실있게 정착시키는 일은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혼란과 위기에 빠질 위험이도사리고 있다.
참으로 앞으로 1년은 우리에게 복합적인 도전과 시련의 한해가될 것이다.이 어려운 한해를 슬기롭게 넘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정치적 고려가 경제.안보,그리고 그밖의 모든 것에 우선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새로운 각오가 필요한 순간이다. 金瓊元 <사회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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