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깨끗한 선거' 농락하는 국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선거사무장.회계책임자의 범죄로 당선무효가 안 되도록 여야가 선거법조항을 되돌리려 할 때 우리는 이에 반대했다.지난 지방선거와 총선으로 조금은 분위기가 잡혀가던 선거풍토를 다시 과거로되돌리는 개악(改惡)의 조치였기 때문이다.그럼에 도 불구하고 여야는 제도개선협상이라는 명분아래 소위 연좌제(連坐制) 폐지에합의했다.
이러한 정치적 타결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이틀간 공전했다.갈수록 태산이라고 이렇게 개악된 조항을 4.11총선 사범에까지 소급적용시키자는 일부 야당의 고집 때문이었다.결국 이 주장을 반영해 임시국회에서 이를 처리해주기로 약속하고 예산 안을 통과시켰다. 야당의 논리는 연좌제가 인권침해와 위헌요소 때문이라는 것이다.물론 재판중인 사건이라도 신법이 피고인에게 유리하면 유보조항이 없는한 신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형사법의 원칙은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정략적 결탁에 의해 법질서를 뛰어넘 자는 개악의 의도가 처음부터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에 문제다.그런 의미에서 국회가 위헌적인 소급입법을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4.11총선 당시 선거법을 어겼다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는데이를 면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정략적으로 이 조항을 개정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여야의원들이 지난번의 조항을 연좌제라며 인권침해 운운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선거사무장이나 회계책임자는 후보를 위해 그와 함께 부정선거를 저지른 공범이기 때문이다.그 조항이 나쁜 의미의 연좌제라면 왜 배우자조항은 그대로 유지했으며, 영국과 일본등에서는 왜 그런 악법을 고수하고 있겠는가.
우리는 이러한 법리적 논쟁은 중요치 않다고 본다.무엇보다 그법의 의도가 무엇이며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가 중요하다.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국민적 여망인 깨끗한 선거를 외면하고 돈선거할 여지를 다시 크게 만들었 다는 사실은 어떤 논리를 내세워도 용납될 수 없다.
국회가 이 조항만 다음에 처리키로 했다니 지난 총선사범에까지소급적용은 고사하고 개악합의 자체를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그것만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