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리포트>나토,러시아 달래기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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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10,11일 이틀간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외무장관 회담은 NATO의 동구(東歐)확대에 대한 러시아의 불만을 어떻게 무마하느냐가 핵심의제였다.
서방측은 이를 위해 앞으로 NATO에 편입될 동구지역에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러시아측에 전달했다.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도 러시아를 안심시키기 위해“지금의 유럽상황으로는 새로운 회원국에 핵무기를 배치할 의사도,계 획도,그리고 필요도 없는 상태”라고 못박았다.
NATO측의 이러한 제안에 대해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NATO와의 새로운 관계정립을 위한 협상에 기꺼이 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협상에서 양측간 관계가 구체적으로 명시된 문서가 채택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NATO 회원국들은 이러한 러시아측의 입장표명에 주목하고 하비에르 솔라나 NATO 사무총장에게 러시아와의 별도 안보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권을 위임,보다 실질적인.러시아 달래기'에 들어갔다. 이번 회의에서는 또 여전히 화약고로 남아있는 보스니아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2만5천~3만여명의.안정유지군(SFOR)'을 파견키로 결정됐다.
현재 주둔중인.평화이행군'은 오는 20일을 기해 철수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이같은 주요사안에 대해 회원국간 합의가 별탈없이 이뤄진 반면 NATO의 헤게모니를 둘러싼 불협화음도 터져나왔다. .남유럽연합군'사령관 자리를 놓고 미국과 프랑스가 격돌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이 자리는 미국이 차지해왔으나 프랑스는 이제부터 유럽국가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두나라간의 갈등이 부각됐다.
독일이 양쪽에서 2년씩 나눠 맡자는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미국쪽에서 역시 완강히 반대,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NATO안에는 그간 3개의 지역사령부가 설치돼 있었으나 동구몰락 이후.남유럽연합군'.중유럽연합군'2개로 축소되도록 예정돼있다. 현재 네덜란드에 사령부가 설치된 중유럽연합군은 독일이 사령관직을 차지하고 있어 이탈리아 나폴리에 본부를 둔 남유럽연합군마저 유럽에 내줄 수는 없다는게 미국측의 입장인 것이다.
이는 NATO의 주인은 유럽이 돼야 한다는 프랑스의 시각과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것이어서 양쪽간의 갈등은 계속 첨예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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