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정쩡한 경제운용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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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재정경제원차관이 밝힌 내년도 경제운용방향의 밑그림은 한마디로특별한 방향이 없다.국제수지적자를 대폭 줄이겠다는 의지도 안 보이고,그렇다고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계획도 아직 읽기 어렵다.내년의 대선을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이해되지 만 경제를 살리지 않고서는 정치문제도 풀기 어렵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경제문제는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제수지적자를 줄이고 급속한 개방경제하에서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물가안정을 철저하게 유지하는 것이다.성장률6.5%를 제시하면서 경상수지적자를 1백50억달러로 내놓은 재경원차관의 밑그림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내년 국제수지적자를올해의 반이하로 낮추라는 지시를 달성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성장률을 다소 낮추고 수출노력을 지속하고 수입수요를 줄여나가면 국제수지적자를 반이하로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한은(韓銀)의 시나리오 분석결과가 입증하고 있다.한은은 현행 경제운용기조가 지속된다면 내년 국내총생산성장률은 6.4 %,경상수지적자는 1백8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재경원차관이 밝힌 수치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만약 성장목표를 5.5%로 낮추면 경상수지적자폭을 1백30억달러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이름을 붙이자면 저성장 소프트랜딩계획이다.다만 저성장정책을 채택한다면 실업이 증가하고 불황을 장기화시키는 고통을 가져온다.바로 이때문에 대선을 앞두고는 곤란하다고 정부는 판단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실상을 솔직히 알리고 국민의 협조를 구하면서 경쟁력의기초를 다지는 것만이 근본적 해결책이다.내년도 설비투자가 거의늘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기업의 투자마인드가 식은데 기인한다.미봉책으로 투자마인드를 회복시키기는 힘들다.규제 를 철폐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해 줘야 한다.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확신하면 단기적 고통을 감내할 것이고 그래야 기업의 투자마인드도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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