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로 범인 잡고 실종자 찾기 17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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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우리 과는 쓰레기통이죠. 구겨진 종이컵의 침 한 방울, 화장실 배수구의 머리카락 한 올로 범인을 잡습니다.”

한면수(50·사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과장은 20여 년간 몸담아온 유전자분석과를 이렇게 소개했다. 한 과장과 유전자분석과 연구원 35명은 4일 제4회 과학수사의 날을 맞아 과학수사대상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DNA 기법으로 과학수사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 받았다.

한 과장은 국내에 DNA 감정을 도입한 주역이다. 그는 1985년 생물공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국과수에 들어갔다. 이듬해 우연히 읽은 신문 기사 몇 줄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영국 레스터 대학의 알렉 제프리 교수가 DNA지문 감식 기법을 개발했다는 소식이었다. 한 과장은 무작정 영국에 편지를 보냈다. 일면식 없던 제프리 교수는 그의 열의에 감복, 관련 논문 10여 편을 자비로 부쳐줬다.

우여곡절 끝에 91년 8월 5명의 인원으로 DNA분석실이 출발했다. 17년 만에 하루 500여 건을 감정하는 과학수사의 메카로 성장했다. 한 과장에 따르면 국과수의 기술력은 단 1회 분석만으로 “지구상 모든 인구 중 쌍둥이를 제외한 단 한 명을 식별할 만큼”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2006년 서래마을 영아 유기사건에서 국과수는 집주인인 프랑스 부부와 숨진 아기가 친자 관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DNA 분석은 97년 괌 대한항공기 추락사고, 2004년 대구 지하철 화재 등 훼손이 심한 시신의 신원 확인과 실종 아동 찾기에도 기여했다. 한 과장의 다음 꿈은 전과자들의 DNA정보를 저장한 ‘유전자 정보은행’ 설립이다.

글=천인성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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