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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라디오 DJ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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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의 감성마을 촌장님이 라디오 DJ가 됐다. 맡은 프로그램은 이름하여 ‘언중유쾌’. 글자 그대로 말 속에 쾌(유쾌·상쾌·통쾌)함이 있다. 그리고 그만의 정의가 있다. 이름과 달리 겉(外)모습이 빼어나기(秀)보다는 속이 촘촘한 ‘꽃노털옵하(오빠)’ 이외수 얘기다.

품을 건 품고, 지를 건 지르자
 “라디오를 왜 하냐고? 어차피 망할 세상이라면 빨리 망하게 돕고 싶으니까. 하하.”대놓고 쏘는 듯 한번 꼬는 이외수 화법. 방송을 통해 사람답게 사는 걸 거들어주고 싶다는 뜻이겠다. 바로 이외수가 라디오를 시작한 이유다.
 라디오는 무슨 생각으로 이 ‘기인’을 골랐을까. 오후 9시 반부터 10시까지는 남녀노소 따로 없이 귀 기울이는 황금시간대. 연출을 담당한 이순곤 PD는 말한다. “어른은 물론이고 요즘 아이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이러한 세대 공감의 적임자로 이외수 말고 누가 있겠나.”
 
 ‘국민 큰 오빠’의 탄생
 요즘 이외수의 인기는 꽃미남 스타 부럽잖다. 시쳇말로 ‘국민 큰오빠’로 떠올랐다. 어느 날 시내에 나갔더니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쫓아왔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
“1박 2일 아저씨요!” 이외수의 팬층은 다양하다. 지를 얘기는 지르고, 품을 얘기는 따뜻하게 품어주는 감성이 세대의 벽을 허무는 힘이다. 특히 가늠키 어려운 삶의 깊이를 바탕으로 토해내는 한 마디 한 마디는 말의 주옥편이다. 여기에 해학과 풍자, 유머로 양념을 친다. 이 PD는 “예순을 넘겼지만 그
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신세대 문화에도 빠삭하다”면서 “다양성·변화무쌍·도전정신은 이외수의 인생 그 자체”라고 말한다.

악플은 없었다
언중유쾌가 전파를 타는 오후 9시 35분. 감성마을이 사회와 소통하는 시간이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소설 쓰는 건줄 알았다. 그런데 방송이더라.” 이외수가 웃으며 실토한다. CM을 제외한 실제 방송시간은 20여분. 짧지만, 온전히 혼자 떠들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시간이다. “1시간 강연은 준비가 필요 없지만, 5분 강연은 하루를 준비한다는 말이 있다”는 이 PD의 말처럼 요 20분이 천하 거리낄 것 없을 듯한‘옵하’가 땀 흘리는 시간이다. 방송이 뜨는 만큼 유명세도 치르지 않았을까. 악플에 대한 맞장도 각오했지만 기우였단다. “게시판 글을 일일이 읽는다. 아직 악플은 못 봤고, 언중유쾌를 듣기 위해 라디오를 사겠다는 사람은 봤다.” 생애 첫 라디오, 따뜻하고 푸근한 반응. 주름진 얼굴에 천진한 미소가 퍼진다.
 
착한 세상 위한 촌철살인
 밤 11시, 녹음 장치가 설치된 작업실. 이번엔 고민상담 코너다. 이외수는 이 코너에서 자신의 역할을 “피상담자가 자신의 실체를 깨닫고, 무사히 성장할 수 있도록 거름과 물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촌철살인이 빛을 발하는 시간이다.
 고민 상담에는 한결같은 이외수 식 정의가 있다. “세상이 아름다워지려면 머리로사는 사람보다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이외수는 오늘도 말 속에 유쾌·상쾌·통쾌함을 담아 전파한다. 그가 꿈꾸는 살 맛 나는 세상을 위해.

프리미엄 이세라 기자
사진_프리미엄 최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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