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결혼한 여자와 결혼안한 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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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한다고 한다.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을 택하는 것을 보면 일단 해보고 후회하는 편이 낫다 싶어선가 보다.
이 작품은 이러한.결혼 필요.불필요 논쟁'이 시발점이다.그러나 남녀공통의 일반론은 아니고 여성의 시각으로 포커스를 모았다.어쩌면 남성보다는 여성이 결혼이란 제도의 가장 큰 희생양일지도 모른다고 보기때문이다.
주인공은 결혼한 여자 정애(출연 강명주)와 안한 여자 수인(장설하) 둘이다.두사람 다 최선의 선택에 따라.하고 안하고'가갈렸다.그러나 살다보니 나름대로 불편과 후회가 따른다.
카피라이터로 대학원까지 나온 독신주의자 수인 왈“난 결국 혼자야.죽어라 공부만 했지.하지만 부초같이 떠도는 느낌이야.결혼하자고 죽기살기로 매달리고 싶어.”그러나 시어머니로부터 아들 낳기를 강요당하며 지리멸렬한 삶에 찌들어가고 있는 정애의 하소연은 이렇다.“네가 뭘 알아.남편이 배고프면 밥상이 되고,커피가 되고,아이들의 젖이 되고,빨래가 되는 거.그게 그렇게 아름답게 보이니? 결혼이란 어차피 자신을 깎아내는 거야.” 김윤미작.박계배 연출.가볍고 재미있는 번역극,무게있는 역사물로 균형을 잡아가는 극단 서전이 만들었다.97년 3월2일까지 샘터파랑새극장.오후4시30분.7시(월 쉼).02-763-8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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