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아찔 옆으로 미끄럼 질주 설원에 '스노보드'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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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전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스노보드가 국내에 상륙한지 만 5년.스케이트보드 동호인을 중심으로 한 일부 스키퍼(스노보드 타는 사람)들로부터 비롯된 스노보드 바람은.스노보드 출입금지'를 못박은 국내 스키장의 두터운 벽을 뚫 고 마침내 올해 무주리조트와 보광휘닉스파크의 전슬로프에.스노보드 허용'의깃발을 꽂기에 이르렀다.
아직까지 국내 12곳 스키장 가운데 7곳(양지.베어스타운.대명.서울.사조마을.천마산.지산리조트)이 스노보드 금지 입장을 완강히 고수하고 있으나.5대 메이저'인 용평.알프스.성우리조트(이상 2~3면씩 일부 허용)와 휘닉스파크.무주리 조트(이상 전면 허용)가 스노보드를 허용했다는 사실이 스키퍼들에겐 훨씬 의미깊다.
최근 잦아진 해외여행과 언론보도등을 통해 알려진 외국의 추세는 특히 스키퍼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있다..스노보드 열도(列島)'라 할 만큼 선풍적인 일본의 스노보드 열기,설원의 20~30%를 점하는 캐나다와 미국 스키장에서의 스노보드 붐이 남의 일같지 않은 것이다.
새것에 민감한 신세대 취향을 겨냥해 의류업체마저 스노보드 패션으로 가세,스노보드의 설원평정은 국내에서도 시간문제인 것처럼보인다. 그러나 국내의 스노보드 보급은 아직 열기에 비해 떨어진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시즌 신규수입물량이 11월말까지 국내업체 다 합쳐도 2천세트(부츠기준 추산)밖에 되지 않더군요.”(이환구.40.맘모스스포츠 대표) 시즌 직전인 10월까지 국내 수입업체들이 예상했던 스노보드 수입물량은 총 2만세트나 됐다.그러나 지난 시즌(95~96년) 팔다 남은 2천1백세트를 더하더라도 신규와 재고물량 합계(총 4천1백세트)가 애초 예상의 5분의 1에 불과한 이같은 결과에 대해이씨는“아직까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스노보드 수요가 왜 이처럼 예상을 밑돌았을까.
한마디로 대부분 좁다란 슬로프에 인공눈을 뒤덮고 그나마 오후무렵이면 얼음판이 반짝이는 한국 스키장엔 스노보드같은.야생마'가 아직은 걸맞지 않기 때문.
스키장 관리자들도 스노보드에 인색한 입장이다.
“고생해서 만든 눈을 스노보드가 깎아내버릴 땐 안타깝습니다.
처음엔 국내에서 스노보드를 배우지만 기량이 늘수록 자연설이 풍부한 외국으로.실전스키'를 떠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용평리조트 전영천 판촉계장) 그러나 지구촌을 무대로 한 스노보드의 영토확장바람이 한국설원을 점령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임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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