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서점가 첫 가격파괴-일부 점포 할인전략에 너도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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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영풍문고 부천지점의 방현철(29)주임은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한달반전에 문을 연이후 지금까지 고객들이 책을 살때마다.왜 할인해주지 않느냐'는 항의가 끊이지않기 때문이다.
지난주말에도 중동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모(45)씨가 중학생 자녀를 데리고 와 참고서등을 5만원어치 산후 값을 할인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납하고 돌아간 일이 발생했다.
부천지역이.서적 가격파괴의 격전지'로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이곳에서는 소비자와 서적판매 점포 사이에 책값을 놓고 승강이를 벌이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이곳에 있는 민우문고.소사책방등 할인점들은 일반서적의 경우 정찰가보다 10%,사전류와 초.중.고등학생용 참고서는 20%가량 싸게 팔고 있다.
특히 경인문고는 학습참고서등을 10% 할인해 팔고 일반서적은마일리지카드를 발급(회비 2천원)해 누적금액이 3만원이 될때마다 3천원권의 도서교환권을 증정해 사실상 책값을 10% 인하해고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책값은 공정거래법 29조2항(재판매 가격유지에 관한 조항)에따라.대통령이 정하는 저작권법과 관련한 도서는 재판매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어 그간 중고(中古)서적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부 정찰제로 거래되는 것이 관례였다 .따라서 부천은 최근 가격파괴바람이 거세지면서 사실상 무풍지대였던 책값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무너지기 시작한 셈이다.
책값 가격파괴의 발단은 이들 할인점들이 올초 일반서적과 초.
중.고학습지 값을 정가보다 10%정도 싸게 판매한데서 비롯됐다.할인점들은“자신이 챙기는 이윤을 줄이고 유통구조를 개선함으로써 그만큼 값을 내려 팔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천지역의 1백여개 서적점포들은 교학사등 참고서 총판이 정가로 파는 곳에만 책을 공급해줘야 하는데 헌 책방과 할인매장에도이를 배급해 발생한 일이라고 크게 반발,총판이 바뀌는 소동까지벌였다.그러면서도 할인점에 대항,책값을 10% 낮출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할인점들은 이보다 5% 더 깎은 15%로 할인율을정하자 기존 서적점포는 일부 품목에 대해 25%,다시 할인점은30%로 할인율을 연쇄적으로 낮추는 혈전(血戰)이 벌어졌다.
이에따라 인천.수원등 인근지역의 학생들도 참고서를 싼 값에 구입하기 위해 부천으로 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경인문고 관계자는“앞으로는 정상가격 판매점포와 할인점으로 이원화가 불가피해 서울과 지방으로 급속히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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