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리포트>자민당회의는 '우익궐기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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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단독정권으로 복귀한 뒤 자민당의 외교적 태도가 뚜렷이 달라지고 있다.총무회.외교조사회등 당내 주요 정책협의회가 회의만 열었다 하면 일제히.우향우'하는 모습이다.
제1차 하시모토정권때 만해도 연립상대인 사민.사키가케를 의식해 보수색을 그런대로 억제하려는 노력을 보였었다.그러나 요즘엔“.각외(閣外)협력'으로 바뀐 마당에 눈치볼 필요없다”는 주장이 압도적이다.
28일 열린 외교조사회는.일본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이란 제목의 외교정책지침에서“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는 틀림없는일본 영토”라며“2백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설정때 다케시마가 한국 수역에 포함돼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연정때 비교적 비중을 두었던 정부의.아시아중심 외교정책'에도제동이 걸렸다.회의에서는“미.일동맹강화 쪽에 무게를 더 실어야한다”“대중(對中)엔차관은 중국경제가 궤도에 오른만큼 재고해야한다”등.아시아 중시정책'을 견제하는 의견이 속출했다.
이 조사회의 나카야마 타로(中山太郎)회장(전외상)은“천황이나총리가 외국을 방문하면 반드시 그 나라 전몰자를 위령한다.외국국가원수등 국빈도 방일하면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케 해야 한다”며 한국.중국등 주변국의 시선따윈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26일의 총무회에서는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반성한 지난해 8월의.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총리 담화'를 계승키로한 당집행부 결정을 노골적으로 비난,.우익 총궐기대회'를 방불케했다.
단골 망언정치가 오쿠노 세이스케(奧野誠亮)전 문부상은“한국과중국은 역사문제를 전략차원에서 다루고 있다”고 열을 올렸으며 하나시 노부유키(葉梨信行)전 자치상은 종군위안부 관련 기술이 교과서에 실리게 된 사실을 비난했다.마쓰나가 히 카루(松永光)중의원은 재일한국인등 영주외국인의 공무원 채용문제에 대해“공무원은 무조건 일본인이어야 한다.공무원이 되고 싶으면 귀화하면 되지않는가”라고 말했다.
이같은 일련의 자민당내 움직임을 종합해 보면.아시아중시 외교'.무라야마총리 담화 계승'등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의 표면적인 외교자세와는 앞뒤가 맞지 않다.
도쿄(東京)의 외교소식통중에는 하시모토 총리가“외무성을 내세운.다테마에(겉모습)외교'와 외교조사회에 의존하는.혼네(속마음)외교'를 교묘히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
[도쿄=김국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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