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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주, 손실 축소 기대에 모처럼 웃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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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30일 주식시장이 사상 최대로 폭등했다. 한·미 간 300억 달러의 통화 스와프가 체결되면서 시장을 짓누르던 외화 유동성 문제가 해결된 데 따른 것이다. 전날 157포인트를 오가던 불안 심리는 단번에 115포인트를 끌어올리는 안도 심리도 돌변했다.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을 합쳐 1000개에 가까운 종목이 상한가로 치솟았다. 그중에서도 투자 심리 안정에 따라 특히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 민감주, 키코 피해주, 낙폭 과대 우량주 등을 대표적 수혜주로 꼽는다.

◆환율 하락 수혜주=30일 원-달러 환율은 177원이 내렸다. 10년 10개월 만에 최대다. 이달 들어 환율 급등은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반영한 것이라기보다는 수급과 심리에 의해 좌우된 경향이 많았다. 달러당 1500원에 육박했던 환율은 증시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였다. 특히 환율에 민감한 운수창고·철강·음식료·유틸리티 업종 등은 그간 환율이 상승하면서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한화증권 최광혁 연구원은 “실질 유가 하락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대한항공과 한국전력,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현대제철과 CJ제일제당 등은 향후 이익 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이들 4개 종목은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키코 피해주=키코(KIKO·통화옵션거래) 피해주도 수혜가 예상된다. 이들 기업이 본 피해는 실현 손실이 아니라 평가 손실이다. 향후 환율이 안정되면 손실 규모가 대폭 축소될 수 있다. 키코 피해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장사는 잘했는데 키코로 손실을 보면서 주가가 급락한 경우다. 환율이 안정되면 급락했던 주가가 원래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이날부터 정부와 은행권이 키코 피해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주가를 밀어 올렸다.

키코 손실로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간 태산엘시디는 가격 제한폭까지 올랐다. “꾸준한 실적 개선 추세에 불구하고 키코 손실이 우려된다”는 증권사의 평가를 받은 제이브이엠도 이날 상한가로 치솟았다. 이 밖에 3분기 키코로 1526억원 손실을 입은 성진지오텍을 비롯, 재영솔루텍·심텍·잘만테크 등도 무더기 상한가를 기록했다.

◆낙폭 과대 우량주=골이 깊으면 산도 높은 법이다. 주가가 투자 심리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단기간에 급락한 만큼,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면 기업 가치와 상관없이 폭락한 종목이 먼저 오르게 돼 있다. 그간 하락세를 지속하던 철강금속·건설·증권·운수장비업 등은 이날 14% 안팎까지 치솟았다. 최근 이들 업종 가운데선 주가순자산배율(PBR)이 1배 밑으로 떨어지는 종목이 속출했다. 당장 회사를 팔아도 주가보다는 더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주가가 싸다는 의미다.

삼성증권 정명지 연구원은 “낙폭이 컸던 대형주 중심으로 주워 담아야 한다”며 “지금은 체리피킹(cherry picking)에 나설 때”라고 주장했다. 체리피킹은 기업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떨어진 주식을 골라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30일 조선·철강·건설 업종은 대표주와 이등주 모두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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