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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책임 대한민국에 전가…8·15광복 부정적 기술 고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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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육과학기술부가 좌편향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고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내용 중 55건을 수정할 것을 30일 권고했다. 또 금성출판사 등 6개 출판사는 ‘좌편향’ 비판을 받은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내용 중 102건을 자체적으로 수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부터는 지금보다 중립적이고 균형감 있는 교과서가 학교에 배포될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금성출판사 등 6개 출판사의 교과서 253개 항목에 대해 수정을 요구한 대한상공회의소·국방부·교과서포럼 등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집필진이 자율적으로 수정을 결정한 102건, 교과부가 출판사에 수정을 요구한 55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96건은 교육과정이나 국사편찬위의 서술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수정 여부에 대해 집필진의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 한국 근현대사는 민간 출판사가 국가의 검정 기준에 맞춰 교과서를 연구·개발한 뒤 심사를 받아 사용하는 검정교과서다.

교과부가 직접 수정을 권고한 대목은 ▶8·15 광복과 연합군의 승리에 대해 부정적으로 기술한 부분 ▶미·소 군정과 관련해 서로 성격이 다른 사료를 비교, 학습자를 오도한 부분 ▶분단의 책임을 대한민국에 전가한 부분 ▶대한민국을 민족 정신의 토대에서 출발하지 못한 국가로 기술한 부분 ▶북한 정권을 실상과 판이하게 서술한 부분 등이다.

또 집필진이 자율적으로 수정키로 한 대목은 ▶이승만 정부의 정통성을 폄하한 부분 ▶남북관계를 평화 통일이라는 한 가지 잣대로만 서술한 부분 등이다. <관계기사 14면>

검정교과서의 내용 수정 권한은 교과서 저자인 집필진에 있다. 이 때문에 교과부가 수정 권고하더라도 집필진이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한계가 있다. 교과부 심은석 학교정책국장은 “교과서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저해하고 국민의 자긍심을 훼손하는 내용이 담겨서는 안 된다”며 “수정 권고 부분이 반영되도록 집필진과 출판사 측을 적극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쓴 한국교원대 김한종 교수는 “교과부가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를 만들어 수정 권고안을 만든 것은 정상적인 검인증교과서 수정 절차를 무시한 것으로 부적절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권고안을 검토해 보긴 하겠다”고 말했다.

교과서 수정을 요구해 온 교과서포럼 박효종 서울대 윤리학과 교수는 “우리 의견이 100% 반영된 것은 아니지만 교과부가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가능한 범위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라며 “좌편향 역사 교과서를 수정하는 것은 후세대에게 올바른 역사의식·국가의식을 가르치는 데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강홍준·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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