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프라를세우자>9.개량한복-개량한복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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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복의 대중화 또는 세계화를 위해 풀어야할 숙제는 적지 않다.일상생활에서 편하게 한복을 입을 수 있도록 하는게 관건인데 아직도 많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한복에 대한 일반의 고정관념.양복이나 양장,간편하고 발랄한 캐주얼에 익숙해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복에 대한 강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바로 불편할 것이라는 것.몸에붙는 양복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실제로 헐렁한 한 복은 불편할 것이지만 습관이 문제지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개량한복 디자이너 이지연씨는 “한복은 인체 행동에 전혀 불편함이 없게 넉넉한 여유구조로 돼있다.따라서 일단 입어보면 더없이 편안하다”고 강조한다.개량한복 애용자중 교사들이 많은 현실을 단적인 예로 든다.와이셔츠등에 양복을 입고 하 루 6~7시간씩 칠판에 글을 쓰며 강의하려면 팔근육이 당겨져 견비통이일종의 직업병처럼 만연될 것이라는 것.그러나 한복을 입었을 경우 견비통같은 걱정은 없다는 것이 한복 착용교사들의 공통된 경험담이다.처음 입었을 때 주위의 부담스런 시선을 이기려면 먼저집안에서 충분히 입어 자신부터 한복에 자연스러워질 필요가 있다.또 기업체나 관공서 동호인회등의 모임날에 단체로 한복을 입어주위의 인식을 점차 바꿔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통 혼례복등 전통한복의 복원에 앞장서온 한국의생활연구원 오이순 원장은“설날등 전통 명절에는 대통령과 국무위원.국회의원등지도층들이 한복입기를 먼저 보여줌으로써 한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꿔 나가야 한복의 대중화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또하나의 문제는 취향에 따라 입을 수 있는 다양한 한복의 개발이다.경원대 의상학과 조효숙 교수는“한복도 때와 장소.용도에 맞게 여러 각도에서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현재 전통한복이라면 조선시대 말기 의 것으로 획일화돼 있다.
남자복식의 경우 바지.저고리.마고자.두루마기의 일습으로 이뤄진한가지 형태에 얽매이지 말고 고구려.신라.백제 복식등 전통에 뿌리를 둔 범위내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해 소비자가 기호에 따라 선택할수 있는 ■■■≥큄聖嫂땀聖聖聖聖遜■阻敾■■■■■■貞■■몫촉?燒科聖聖聖聖聖壽贅聖孫뇟聖嫂땀聖聖聖簫鬼聖聖聖壽?嫂땀聖?문화인프라를세우자>9.개량한복현대美 가미해 일상한복 되찾자매월 첫째 토요일을.한복 입는 날'로 선포합니다.” 오는 12월4일 오후2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이런 이색 선포식이 거행된다.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일제히 우아한 한복을 차려입고 나가 선포문을 낭독하고 한복 애용자도 소개하며.한복 발전'세미나도 갖는다. 문화체육부와.한복 입는 날 제정 추진위원회'(위원장 유희경)가 마련한 이 행사는 한복이 외면당하는 현실을 반성하고한복을 일상복으로 정착시키려는 목표로 마련됐다.
돌아보면 이제.한복 입는 날'을 따로 정해야 할만큼 한복은 우리네 일상생활에서 저만큼 멀어져 있다.
민족의 얼이 담긴 아름답고 기능적인 옷임에도 한복은 일제의 민족정신 말살에 따른 양복 강요로 점차 멀어져 갔고 이어 해방후에는 서구문명의 파고속에 양복이 일상복으로 정착됨으로써 명절때나 한번 입어볼까 말까한 옷으로 전락했다.요즘은 시골 아낙네나 민족의 자존심을 강조하는 운동권 인사들,또는 재판정에 선 부유한 미결수들이 애용하는 옷으로 바뀐 감도 있다.물론 극히 일부에서 값비싼 일종의 예복으로 명맥이 이어져 오기도 하고 뜻있는 소수에 의해 한복입기 운동이 일 어나기도 했다.
평소에 한복을 입고 나서면 길에서건,사무실에서건 특별히 눈길을 의식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도 한복의 대중화 내지 생활화를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전통한복'의 고증과 재현은 60~70년대부터 꾸준히 계속돼왔다.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일종의 예복등 특별한목적으로 애용해 왔다.한복을 일상복으로 입히기 위한 노력은 80년대 이후부터로 보아야 할 것 같다.활동성과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개량한복'의 개발과 보급으로 나타났다.또 한복 특유의 선과 색감을 현대옷 디자인에 도입,국제상품화하려는 노력이 진태옥.앙드레김.그레타리.이영희씨등 한복이나 양복디자이너들에 의해꾸준히 시도됐는데 李영희(59)씨 등은 이를 토대로 파리와 뉴욕 패션계로부터 의상주문도 받고 있다.
활동성과 실용성을 살린 개량한복은 한복디자이너와 함께 민족의의(衣)생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이뤄져왔다.
개량한복의 대중화에는 이진.김숙진.예진자매.현덕순.李기연씨등이 크게 기여했다.李기연(40)씨는 84년 민족문화연구소를 열고.우리옷 입기운동'을 통해 직접 디자인한 개량한복들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그가 개량한복에서 특히 신경쓴 부분은 매기도 어렵고 활동하는데 방해되는 저고리 고름을 단추식으로 바꾸고 겨드랑이가 보일듯한 짧은 기장 대신 배꼽까지 오는 긴 기장을 썼고 치마길이를 발목과 무릎 사이에 걸리게 한 것.
어떤 것은 전통한복의 선과 형태보다 일상의 편리함을 중시,우리옷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의 개량한복을 내놓기도 했다.연구소 산하에 사업체도 발족시켜 93년 서울명륜동에 상설전시판매장을 낸 이래.질경이'라는 개량한복 고유상표로 현재 인 사동점을 비롯,경주.울산.동인천.경기 원당.전북 남원등 6곳에 전문점을 두고 10여곳에 대리점을 둘만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지난 추석때는 서울.인천.대전등의 백화점 요청으로 특설매장을 열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개량한복 수요층이 확대되면서 최근 2~3년 사이에 인사동과 강남등에.한국옷'.아라가야'.여럿이 함께'등 개량한복 전문점이 10여곳으로 늘어나기도 했다..질경이'의 경우 서울지역은 일반인이 아닌 회원만 1천5백여명으로 30~ 4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직업은 교사직이 많고 부부가 같이 애용하는경우도 많아 개량한복이 평상복으로 확산되는게 전혀 불가능한 것만도 아닐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한다.
지난 3년간 집안에서건 강의실에서건 줄곧 개량한복을 애용해온이동배(李東培)인하대교수는“개량한복은 주머니도 달려 있고 활동하기에도 매우 편하다.외국 세미나등에도 입고 나가는데 외국인들의 평가도 좋다”고 말한다.아직 한복을 짓는 재 료와 물감이 대중화를 좌우한다.면.마.실크등 비싼 소재와 천연물감을 사용한다면 제작비 자체가 비싸지게 마련이다.시중에 나와 있는 개량한복중 기성복의 경우 상하 한벌에 4만5천원에서 15만원선(질경이)이나 맞춤일 경우 수십만원 이상으 로 훌쩍 뛴다.
〈김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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