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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당' 4000번째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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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 ‘아침마당’은 가족간 갈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해 왔다. 사진은 지난해 연말 특집 ‘부부탐구’편.

"김치도 담그고 반찬도 손수 해 처가에 마일리지가 쌓여 있어요."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지난 4일 KBS-1TV '아침마당'. 민주노동당 노희찬 국회의원 당선자가 부인 김지선씨와 함께 출연해 부부 금실을 자랑했다. 수배자 시절 90끼를 줄곧 라면만 먹는 통에 영양이 부족했던 얘기, 아내와의 첫 만남과 결혼 생활 등을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냈다. "아내가 인생의 보약이 될 것 같아 결혼했다"는 그는 "아내가 애교는 없지만 우린 아교처럼 딱 붙는 사이"라고 자랑했다. 너무나 행복하고 인간적인 웃음과 함께. 매일 아침 이 프로그램에서 보게 되는, 그 풍경이었다.

은밀하게 감춰왔던 부부 갈등이 속시원하게 풀어지고, 가난 때문에 헤어진 가족이 수십년 만에 만나는 자리. 다양한 색깔의 감동으로 주부들을 TV 앞에 불러 앉힌 '아침마당'(월~토요일 오전 8시30분)이 5월 말로 4000회를 돌파한다. 1991년 5월 20일 첫 방송을 시작했으니 햇수로도 13년이다. 총 출연자 3만여명, 거쳐간 PD와 작가만 200명이 넘는다.

무엇보다 '아침마당'은 부부.고부 갈등, 가정폭력, 이산가족 등 가정의 실질적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남편의 외도로 평생 상처를 받아오던 60대 부인이 사연을 내고, 부인의 속사정을 들어본 적 없던 남편은 눈물로 대답을 대신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이런 얘기들에 같이 분노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이다 보니 세태 변화도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예를 들어 이젠 고부간의 관계도 많이 달라졌다. 시집살이 대신 '며느리살이'를 호소하는 시어머니가 늘고 있는 것이다. 부인의 외도로 인한 부부 갈등도 늘어났다.

평소 딱딱한 얼굴만 보여주던 정치인.기업인.관료 등의 풀어진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다. 97년 대선 때는 김대중.이회창 두 후보와 부인이 출연했다. 2002년 대선 때는 후보 부인들이 출연, 권양숙 현 대통령 부인이 노래솜씨를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아침마당'은 해외 동포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 중 하나라고 한다. 지난해부터 KBS 국제 위성방송을 통해 일본.동남아.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다. 제작진이 4000회 특집으로 오는 24일부터 사흘간 미국 LA에서 생방송을 하기로 한 것도 이런 열기를 감안해서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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