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쓰는가정문화><전문가진단>21.비자금 필수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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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가정 비자금은 부부의 잠재적 갈등 요소가 됩니다.비자금을 쓰는 용도가 아무리 합리적이라 하더라도 가정 비자금은 부부간의완전한 관계(Total Relation)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가정문제 전문가들이 내놓는 가정 비자금에 대한 최종 결론은 대체로 이렇다.일부 비자금의 필요성과 효용성을 인정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을 그려볼때 비자금은 부정적 요소로 자리한다.
한국여성개발원 변화순(卞和順)박사는“비자금은 부부가 서로에게당당한 모습으로 나아가는데 불편을 주는 요소로 가치적 측면에서바람직하지 않습니다.금전으로 인한 가정 문제는 다소 어렵더라도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자신도 설득당하면서 풀어 가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라고 제안한다.
비자금이 결국.몰래 쓰는 돈'이라는 점에서 가족 구성원간의 불신을 조장할 수 있으며 나아가 사회악인.검은 돈'과의 유착도초래하게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모임'의 강우현(姜禹鉉.아시아문화교류연구소)소 장은“한집에서 두 주머니를 찬다는 사실은 납득할 수 없어요.우리의 가정은 완벽한 부부간의 믿음을 필요로 하지 비자금을 필요로 하지는 않습니다.최근 일어난 보건복지부 이성호(李聖浩)전장관 부인 사건은비자금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가정문제 전문가들은 비자금이.자유롭게 생활하고 싶다'는개인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고 주장한다. 연세대 여성연구소 손승영(孫承瑛)전문연구원은“각자 개인의용도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또 비자금의 존재여부보다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가 가정에서비자금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돼야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화여대 정순희(鄭順姬.가정관리학과)교수는“비자금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가 중요합니다.최근에는 남자의 경우 퇴직후를 대비해 비자금을 모으기도 하고,남편 몰래 여성이 돈을 벌고 모으면서 살림을 꾸려나가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라 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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