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物流難르포>下.끝.부산~인천 트레일러동승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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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6일 오전5시30분.부산우암동 고려종합운수 장치장에서 수입장난감이 들어있는 4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실은 트레일러를 탔다.
행선지는 인천 보세창고.
운전경력 27년에 트레일러만 13년째 몰아온 김홍엽(金洪燁.
46)씨는 할말이 많다.
장거리를 뛰기에는 오히려 늦은 시간이란다.부산에서 대전 이북으로 올라가는 트레일러들은 한결같이 한밤중이나 새벽에 움직인다. 『부산 톨게이트에 오전6시까지 도착 못하면 1~2시간 까먹는 것은 예삽니다.부산에서 양산공단으로 출근하는 차량들로 고속도로 체증이 시작되는거죠.인천까지 재수가 좋으면 9~10시간,재수 나쁘면 12~15시간 걸립니다.』 시간을 종잡을 수 없으니 화주들에게 구체적인 도착 시간도 약속할 수 없다고 했다.
오전5시50분쯤 경부고속도로 부산 톨게이트에 도착하자 차의 높이와 중량을 체크했다.고속도로 통행차량의 높이 제한은 4.2,무게 제한은 40.문제없이 통과했다.金씨의 불만은 여기에서부터 터져나왔다.
『현행 높이.무게 제한에 문제가 많아요.국제 규격 컨테이너에규격 차량을 쓰는데도 높이 제한에 걸려 경부고속도로를 달리지 못하게 하다니-.무게를 다는 저울도 측정치가 곳에 따라 들쭉날쭉입니다.』 요즘은 기존의 8피트6인치(2.6)짜리 컨테이너 대신 9피트6인치(2.9)짜리 컨테이너(일명 하이큐빅)를 쓰는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기존의 1.5짜리 트레일러 섀시에부착하면 4.3가 돼버려 퇴짜를 맞게 된다는 것.그래서 운수회사들은 궁여지책으로 1.3짜리 특수섀시를 따로 구해다 쓰기도 하나 이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주행시간을 단축하려면 요일을 잘 잡아야 한다고 했다.행락 차량이 많은 주말에는 서울~부산간을 아예 하루 코스로 잡아야 하고,주중에도 월.금요일이 붐비는 편이며 그나마 수.목요일엔 사정이 낫다는 것.
그러나 더 큰 변수는 도로보수공사나 사고가 얼마나 많느냐다.
대전 회덕분기점 앞에서 만난 2㎞ 보수공사구간을 통과하는데 40분이 걸렸다.
트레일러는 경부고속도로와 서해안 고속도로를 거쳐 인천항에 있는 보세창고까지 4백70㎞ 거리를 9시간30분만인 오후3시쯤 도착했다.
12~15시간씩 걸리던 때에 비하면 오늘은 지극히 재수좋은 날이라며 기분좋아 했다.
金씨는 그날밤 의왕 컨테이너기지에서 수출컨테이너를 싣고 다시부산을 향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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