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기업인과 전문가들이 떠난 사회는 엉망진창이 된다. 권력에 빌붙어 손쉽게 돈벌려는 사이비 기업인과 불쌍한 대중만 남았다. 주위에 잘난 사람이 없었기에 '배 아파하는'사람은 없게 됐지만, 어디 한 구석 제대로 굴러가는 곳이 없다. 철도 운행이 중단되는 바람에 식량조차 쉽게 구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의 철학자며 소설가인 에인 랜드가 1957년에 펴낸 고전 '아틀라스'(민음사)의 줄거리다. 아틀라스는 2002년 미국 의회도서관의 설문조사에서 성경에 이어 두번째로 미국인의 인생에 큰 영향력을 끼친 책으로 꼽혔다.
에인 랜드는 "난 결코 다른 사람을 위해 살거나 다른 사람더러 나를 위해 살아달라고 부탁하지 않겠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합리적 개인주의 또는 객관주의다. 인간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목적일 뿐이라는 얘기다. 인간이 이성에 입각해 지식을 구하고 생존과 번영을 추구할 때 사회가 발전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경제를 통제하고 부(富)를 재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부한다. "우리가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이나 빵집 주인의 박애심 덕분이 아니라, 그들의 돈벌이에 관한 관심 덕분이다"는 애덤 스미스의 말이 연상된다.
요즘 부쩍 한국에서 기업 하기 힘들다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반(反)기업 정서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많다. 아틀라스의 상황이 소설 속의 얘기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이세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