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한국 패션의 잠재력,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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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이 해외 패션 관계자들과 대담 및 패션쇼 관람을 하고 있다. 사진=특별 취재팀

서울시에 부는 거센 ‘패션 바람’의 중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있다. 취임 초기부터 문화와 디자인 그리고 패션을 화두로 문화 서울 만들기에 매진해 온 그. 서울패션위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3일, 서울무역전시장에서 그를 만나 ‘오세훈이 꿈꾸는 디자인 도시 서울’의 밑그림을 들여다봤다.

취임 이후 ‘컬처노믹스’ 정책을 꾸준히 시행해왔다.

“취임 초기만 해도 문화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에 너무 추상적이지 않느냐는 우려가 많았다. 경제가 어려운데 무슨 문화냐는 말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문화가 서울을 어떻게 바꾸고, 바뀐 서울이 시민들에게 어떤 가치를 만들어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인식이 늘기 시작했다. 문화도시 서울을 만드는 작업은 이제 막 시작이다. 결과를 말하긴 이르다.”

굳이 성과를 들자면.

“오피니언 리더층을 중심으로 문화도시 건설에 동의하는 그룹이 꾸준히 늘고 있다. 문화·예술은 장기적, 지속적으로 해내야만 할 사업이다. 21세기는 창조 산업의 시대다. 문화·예술 분야의 인재양성과 사회적 분위기 조성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한두가지 사업을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

문화도시를 위해 가장 비중을 두는 점은.

“디자인이다. 시장이 되기 전부터 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디자인으로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이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 서울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게 목표다. 세계인이 감탄할만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서울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것임이 분명하다. 공장을 짓고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는 부가가치와는 차원이 다르다. 공해나 부작용이 없는 친환경 부가가치 아닌가.”

패션 산업에도 관심이 많다 들었다.

“패션 뿐 아니라 ‘상품’과 ‘작품’의 두 요소를 지닌 모든 분야에 관심이 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디지털 콘텐트도 마찬가지다. 특히 패션 산업은 문화와 경제가 결합된 대표적인 창조산업이다. 다른 산업에 미치는 연관 효과와 고용창출 효과도 높다. 서울은 이미 패션시장 규모가 20조원에 이르고 디자이너만 5만명이 넘는다. 이런 잠재력을 최고로 끌어올린다면 패션은 서울 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디자인과 패션, 사실 서민적인 아이템은 아니다.

“물론 꾸준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대중의 의견을 반영하고 서민들에게 다가가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디자인올림픽은 대중과 디자인의 간격을 좁힌 시초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디자인이 겉멋내기 행정이 아닌, 대중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는 게 중요하다.”

디자인 올림픽, 말도 참 많았다.

“8개월을 준비하고 치른 행사다. 짧은 기간에 많은 것을 준비하다보니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올해는 가능성을 본 정도로 만족한다. 진행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은 바로 보완하고 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콘텐트다. 내년에는 더 완성도 있는 행사가 될 거다. 부족했지만 1주일 만에 100만명이 다녀갔다. 처음 보고를 받고는 ‘불꽃놀이 보러 온 시민까지 더한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웃음). 시민들이 문화와 디자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게 가장 큰 성과다.”

서울 컬렉션의 명칭을 ‘서울패션위크’로 바꿨는데.

“그간의 서울 컬렉션을 통해 한국 디자이너들의 역량과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이 됐다. 남은 과제는 이것을 어떻게 세계적으로 인정받느냐 하는 점이었다. 올해는 세계 패션계 종사자들과 오피니언 리더, 기자단을 초청해 국제적인 행사를 만들고 싶었다. 세계인이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란 의미를 담아 ‘서울패션위크’로 명칭을 바꿨다. 한국이 얼마나 패션에 관심을 갖고 육성 중인지, 얼마나 큰 가능성을 지녔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이제 포문을 열었는데 임기는 후반이다. 시간때문에 하지 못한 아쉬운 일은 없나.

“일이라면 이미 원 없이 하고 있다.(웃음) 서울을 문화도시로 만드는 일은 장기 사업이다. 사실 내 임기 중에 볼수 있는 가시적 성과는 거의 없다. 모든 사업은 10년 뒤, 20년 뒤를 내다보고 추진하고 투자했다. 지금은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단계다. 최소 3년은 지나야 그 실물이 드러날 테고 그 안에 콘텐트를 채우려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내다봤다는 한국 패션사업의 미래는?

“내 목표는 서울을 파리, 밀라노, 런던, 뉴욕에 이은 5대 패션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이게 이뤄지면 남은 21세기 서울은 먹고 살 걱정이 없을 거다. 우선은 서울패션위크가 해외 바이어와 기자단에 의한 실질적인 홍보와 구매가 이뤄지는 국제 비즈니스의 장이 되도록 발전시키는 일이 급선무다. 2010년까지 동대문 지역에 세계적 규모의 디자인플라자와 첨단 의류봉제 집적시설을 세워 부족한 인프라를 확충할 예정이다. 서울 패션 산업 활성화를 위한 투자와 지원은 계속 이어질 거다.”

언급한 패션도시들과 비교해 서울이 갖는 특징은.

“ 그 답은 내가 아니라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있다. 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인재를 양성할 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한국 디자이너들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세계적 평판, 그걸 만들어 내는 게 내가 할 일이다.”

넥타이가 눈에 띈다. 직접 옷을 고르는 것으로 유명한데.

“사실 오늘 패션쇼에 참석하느라 나름 신경 써 골랐다.(웃음) 서울시를 상징하는 ‘단청 빨강’을 갖고 디자인한 넥타이다. 외국 인사들에게 서울의 색을 보여주고 싶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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