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얀 에디션' 1탄 나와-내달 국내 시판 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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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 6일 베를린 쿠어퓌어스텐담에 위치한 켐핀스키 호텔.이곳에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레이블인 EMI가 내년 음반탄생 1백주년을 앞두고 야심작으로 준비중인 「카라얀 에디션」의제1탄이 처음 공개됐다.
다음달중 국내 시판될 이 시리즈는 카라얀이 베를린필.빈필.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EMI레이블로 녹음한 SP.LP를 20비트 디지털 방식으로 리매스터링한 것.
카라얀 생전에 그와 함께 작업했던 밸런스 담당 엔지니어 볼프강 굴리히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20년전 카라얀과 함께 작업했던 녹음들을 신기술을 이용해 리매스터링하게 돼 매우 기쁘다.음질면에서는 나무랄데 없이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20장의 CD로 엄선된 제1탄 「베를린필 시절」에 이어 「빈필 시절」「필하모니아 시절」도 현재 런던 에비로드 스튜디오에서리매스터링 작업에 들어갔다.이중에는 이번 전집을 통해 처음 공개되는 녹음도 포함돼 있어 이번 에디션의 값어치 를 더해준다.
또 테이프 상태로 보관돼 있는 레코딩 리허설 장면을 뽑아 보너스 트랙에 담아 눈길을 끈다.
이번 시리즈는 80회 생일을 맞아 도이체 그라모폰(DG)레이블이 1백곡을 25개 CD에 담아 「카라얀 에디션」보다 더 방대한 분량인데다 30~40대 전성기의 카라얀의 면모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역사적 가치가 더욱 빛난다.
58년부터 81년까지의 녹음을 정리한 「베를린필 시절」에는 슈베르트의 교향곡 전곡,알렉시스 바이센베르크와 녹음한 베토벤의피아노협주곡 5개,칼 리히터,다비트 오이스트라흐,로스트로포비치가 녹음한 베토벤의 『3중 협주곡』,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제38번~41번』,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돈키호테』,힌데미트의『화가 마티스』등이 포함돼 있다.특히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전곡 레코딩은 카라얀이 남긴 녹음중 유일한 것.
카라얀이 서거 1년전인 지난 88년 그의 80회 생일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생전에 SP.LP.CD까지 9백여장의 음반을만들어 1억2천만장이 넘는 판매기록을 세웠다.그중 베토벤 교향곡 전집만 6백만장이 넘는다.
베를린필 종신지휘자로 있으면서 DG 레이블로 수많은 음반을 발표했지만 EMI레이블로 녹음한 음반들도 만만치 않다.
올해는 특히 카라얀이 EMI레이블로 첫 녹음을 한지 50주년되는 해이기도 하다.2차 세계대전후 나치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전범」으로 몰려 연합군측 결정으로 공개 지휘를 금지당했던 카라얀.그를 전격 스카우트한 것은 EMI의 프로듀 서 월터 레그였다.레코딩 전용악단인 필하모니아를 창단해 카라얀에게 지휘봉을맡긴 것이다.첫 녹음은 디누 리파티와의 협연으로 녹음한 슈만의『피아노협주곡 a단조』였다.그후 카라얀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그의 첫번째 베토벤 교향곡 전집을 녹음했다.
카라얀은 생전에 『15년만 더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그래서 레이저디스크로 모든 레퍼토리를 다시 녹음하고 싶다』고 되뇌곤 했다.미래의 청중을 위한 그의 레코딩 작업의 목표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일부 계층에게 국한된 음악의 향수권 을 넓혀 「음악의 민주화」를 성취하는 것이었다.
카라얀은 아직 죽지 않았다.그의 음반이 아직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21세기에 그의 레코딩들이 어떻게 수용될지는미지수지만 카라얀을 통해 클래식을 알게 된 음악팬들이 건재하는한 그는 클래식 음반업계의 「영원한 효자」로 남게 되지 않을까. 〈베를린=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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