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현대 제철업 진출 不可' 합당한가-공급과잉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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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통상산업부가 공업발전심의회를 열어 현대의 제철업 진출 불가 방침을 결정했다.
『제철소가 수지를 맞출 것인가,아닌가는 기업이 더 잘안다』라는 논리로 정부의 현대제철소 진출 불허를 비판하는 주장은 기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경쟁력확 보도 어렵고 공급과잉이 우려된다』는 논리로 현대의 제철산업 진출을 반대하는 주장은 정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이를 둘러싼 공방 외에 정부가 불허방침으로 선회하는 과정을 놓고도 현대측과 정부가 설전을 벌이고 있다.제철업 진출에 관한 찬반 주장의 논리를 소개한다.
[편집자註] 공업발전심의회의 신규제철소 불가결정의 적정성을 따지자면 기존 철강업체의 경쟁력 원천과 현재.미래의 철강산업경쟁력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 산업사는 한 산업의 흥망과 기업 성패가 나라마다 산업마다 기업마다,또 기술에 따라 다르면서도 몇가지 공통된 성공 요인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19세기에는 영국,20세기 중반까지는 미국,그후 현재까지는 일본과 한국이 세 계 철강산업을 주도하고 있는데,그러면 왜 막강했던 US스틸이 패전국 일본의 신일본제철과 철강 불모국 한국의 포항제철에 무참히 깨지게 된 것일까.
첫째,한.일 두 회사는 세계 철강수요의 지속적 증가와 탄탄한내수기반 위에서 60년대초 등장한 신주력기술인 「고로-연주」방식에 대한 선점으로 혁신기술의 이점(나비효과)을 최대한 향유했으며 둘째,신일본제철은 야와다.후지사의 통합을 통해,포항제철은단일의 국민기업으로 스케일 메리트를 최대한 추구했고 셋째,양사모두 강한 경영주체와 의욕적인 근로자들에 의해 신기술을 조기 흡수했으며 넷째,양사 모두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과 국민적지지기반 위에서 번영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통적 성공요인에도 불구하고 양사는 각기 다른행보를 보여왔다.포항제철은 신일본제철의 신기술 채용에 발빠르게편승해 철강 다소비 산업구조를 지원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확대함으로써 후발자 이익을 취하면서 세계 제2의 철 강기업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양사간의 공통점과 행보상의 차이는 현재 경영성과,본업충실도,차세대 기술에 대한 진입준비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바 전반적으로는 포항제철이 다소 앞선 것으로 평가되고있다.향후 세계 철강수요는 후발개도국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나국내 수요는 곧 포화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되며,종래의 고로(판재류).전기로(조강류)의 2원구조에서 탄력적인 생산이 가능한 미니밀이 급속히 성장하는 다원 공급구조로 바뀌면서, 환경공해 유발을 최소화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용융환원제철법(COREX)등 차세대 혁신 철강기술의 등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경험과 조망하에서 정책논거가 될만한 두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2000년대 초반께 맞이할 국내 수요의 둔화와 감소에 대비해 적정 국내생산 능력을 견지하는 한편 차세대 혁신 철강기술이 가져다 줄 나비효 과를 최대한 추구해야 한다.
요컨대 철강메이커들은 적정규모로 그간의 규모효과와 경험효과를십분 살리면서 기존 시설 교체수요나 신규수요를 차세대 혁신기술로 공급하기 위한 기술력과 핵심역량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둘째,신주력기술에 대한 선점.편승과 탄탄한 내수기반은 경쟁우위의 원천이며 사업성공의 필수조건이다.이런 관점에서 혁신 철강기술이 등장하는 시기에 내수보다 해외수요를 겨냥한 국내 생산능력의 무리한 확대는 자칫 국내 철강산업 기반 전체 를 위태롭게할 수 있으며,더욱이 고로법에 의한 신규 일관제철소 건설은 진출 타이밍과 한국 철강산업 라이프 사이클의 견지에서 볼 때 국가경쟁력 약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결론적으로 철강산업 정책은 철저하게 혁신 논리와 국익우선 논 리에 기초해 수립돼야 한다. 金 寅 鎬 〈한양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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