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후원금,검은돈 窓口 안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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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안경사협회의 로비자금이 여당의원들의 후원금명목으로 정치권에까지 유입됐으나 검찰이 사실확인조차 하지 않고 있다.이 협회가 안경테 독점판매라는 동일한 목적을 위해 행정부와 국회에 로비자금을 뿌렸는데,한쪽은 구속된 반면 다른쪽은 합법판 정을 받은 셈이다.돈의 출처와 성격이 똑같은데 한쪽은 후원금이라는 이름 하나 때문에 죄가 안 된다면 납득이 되겠는가.검찰은 정치자금법조항을 내세우고 있으나 조사조차 하지 않는 것도 석연치 않고,이런 허점을 제공하고 있는 정치자금법 역시 문제가 있다.
후원금제도를 도입한 목적은 정치자금과 관련된 정치적 부패를 막기 위해서다.이권과 관련해 돈을 뒷거래하기 보다는 공개적인 모금을 통해 깨끗하고 떳떳한 돈으로 정치를 하라는 뜻이다.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보듯 후원금과 로비자금의 경계가 모호해 검은돈이 얼마든지 정치권에 유입될 수 있다면 이 법이 오히려 검은돈을 합법화시켜주는 장치가 되는 셈이다.
이는 후원금의 모금과정에 구멍이 많기 때문이다.의원들이 선관위에 모금 총액만 신고하게 돼 있는 지금 제도로는 누가,얼마의돈을,왜 기부했는지 알 길이 없다.제공된 돈의 성격이 로비성이냐의 여부는 주고 받은 당사자들만이 알 뿐이다.
후원금이 실세(實勢)의원들에게만 몰리는 것을 봐도 로비성 의심이 간다.특히 익명의 후원금의 경우 얼마든지 은폐가 가능해 신고한 모금총액 규모 역시 신빙성이 없다니 문제다.
선관위가 지난해 이러한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모든 후원금제공을 예금계좌를 통해 하도록 하고 자금제공자의 인적사항 공개및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안했으나 정치권이 거부했다. 비교적 깨끗한 정치를 한다는 나라에서조차 정치 자금의 투명성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시비가 일고 있다.우리 역시 이런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되기는 어렵다.그러나 잘못된 제도조차 고치려하지 않는다면 큰 문제다.마침 국회제도개선특위에서 정치자금법 등을 고친다니 이 기회에 후원금의 투 명성과 공개성을 높일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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