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왕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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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공부만으로도 힘들
고3 아들은
오늘도 학교에서
얻어 맞는다.

'일진'이 내지르는 주먹,
그보다 더 아픈 건
둘러싼 녀석들의
웃음이다.

웃음보다
더 못견디는 건
친구들의 침묵이다.

체육복을 몰래 바꿔 놓고는
남의 옷을 입었다며
때린다, 맞는다.

왕따에도 등급이 있다.
반 아이들에게 고르게 맞아줘야
그나마 '인기 있는' 왕따.

학교폭력 설문조사를 한단다.
설문지를 나눠주고
선생님은
교실을 나간다.

"너 왕따잖아"
신고하라며
낄낄대는 아이들…
가해자 누구의 이름도
쓸 수가 없다.
피해자 누구의 이름도
써주지 않는다.

새학기가 되면
아이들은 왕따를
반장으로 뽑는다.
등 떼밀린 왕따 반장은
선생님께 아무 말도 못한다.

"조사를 해봤지만
우리 학교에는
왕따가 없어요."
선생님은 괴롭히는 아이들의
증인이 필요하다 하신다.

"침묵 속에서 고통받지 말라." 영국 '집단 괴롭힘 방지 캠페인'(Anti-Bullying Campaign)의 모토다. 한국에선 오는 8월부터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폭행.협박뿐 아니라 왕따도 학교폭력에 포함돼 정학 처분까지 가능하게 된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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