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맹호·백마부대 전우들 어디 있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오음리에서 문을 연 ‘베트남 참전용사 만남의 장’ 개장식에서 참전부대기를 게양하기 위해 기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화천=연합뉴스]

 23일 오후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오음리 죽엽산 중턱에 문을 연 ‘베트남 참전용사 만남의 장’. 베트남 전우회 호주지회 회원을 비롯, 전국에서 2000여 명의 참전용사가 모였다.

40년 전인 1968년 백마부대 30연대 6중대 화기소대 소속으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이청차(65)씨는 소식이 끊긴 옛 전우 20명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이씨는 “당시 소대원 40명 중 2명이 베트남에서 전사했고, 18명은 연락이 닿지만 나머지 20명은 생사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전우 20명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패널을 목에 걸고 있었다.

오음리는 65년 비둘기부대를 시작으로 베트남 참전용사들이 파병 직전 한 달 정도 훈련받던 곳이다. 32만여 명의 참전용사 가운데 포항에서 훈련한 청룡부대(해병)를 제외한 맹호·백마·비둘기부대 장병들의 피와 땀과 애환이 어려 있다.

67년 2월 15일 벌어진 짜빈동 전투에 참가한 윤상열(63·당시 일병)씨는 “내가 참전한 전투의 사망자와 작전 배경 등이 기념관에 잘못돼 있어 이를 고치려 관련 자료를 갖고 왔다”며 “짜빈동 전투에서 전우 15명이 희생됐지만 베트콩 243명을 사살했었다”고 말했다.

2001년 첫 삽을 떠 7년 만에 개장한 만남의 장은 14만㎡의 부지에 참전기념관(2113㎡), 군 내무반 체험시설, 취사장 및 식당을 갖췄다. 훈련장 당시 모습으로 유일하게 벽체만 남은 취사장과 훈련시설을 부분적으로 복원했다. 기념관에는 참전 배경과 일지를 패널로 정리했고, 청룡의 짜빈동 전투와 이인호 소령 등 베트남 전사에 남을 전투와 영웅을 소개했다. 전쟁 중 숨진 용사의 명단도 적었다. 겨우 기어 다닐 수 있는 크기의 구찌터널(157m)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설치했고, 여섯 채의 베트남 마을 집도 재현했다.

베트남참전유공전우회 모상훈 사무총장은 “참전용사를 기리는 장소가 마련돼 감회가 새롭다”며 “자유를 지키고 경제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베트남 참전의 의미를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장 기념 공연에는 가수 장미화·김세레나·현미씨를 비롯해 당시 위문공연에 나섰던 연예인과 청룡부대원으로 참전했던 가수 남진씨가 차례로 나서 ‘노란 샤스 입은 사나이’ ‘새타령’ ‘님과 함께’ 등을 불렀다. 사회자로 나온 코미디언 남보원씨는 “베트남전쟁 당시 세 번이나 참전용사 위문공연을 해 훈장을 받았다”며 입담을 풀어놓았다.

참전용사들은 이들의 공연을 보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던 당시를 회상했다. ‘김 중위·백 하사·윤 일병’ 등 2000여 명은 40여 년 만에 함께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를 합창한 뒤 내년의 만남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화천=이찬호 기자

[J-HOT]

▶ 최불암 "鄭회장이 '당신 수놈 기질이 있군' 그랬었지"

▶ 코스피 1000선 위협… 원화·채권값도↓

▶ 남해에 온 참다랑어 구경만 하고 못 잡을판

▶ '호스티스 출신' 미모 女 작가로 日 열도 들끓다

▶ "어제 마신 술 가짜아냐?" 의심 많은 분들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