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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티스 출신 이력 공개는 학력 밝히는 것과 차이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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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은 스타 작가의 산실이다. 올해 초 일본은 이 상으로 들끓었다. 무명 싱어 송 라이터에 호스티스 출신인 미모의 여성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32·사진)가 『젖과 알』로 제138회 아쿠타가와상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소설엔 각각 ‘젖’과 ‘알’로 고민하는 엄마와 딸이 등장한다. 마흔을 앞둔 나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쪼그라든 가슴이 최대 고민거리인 엄마의 머릿속엔 온통 유방확대수술에 대한 생각 뿐이다. 그런 엄마가 불만인 딸은 몇 달 째 묵언수행을 고집하고 있다. 친구들이 하나 둘 생리를 시작하는 걸 끔찍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초경을 앞둔 딸의 고민은 ‘알(난자)’이다. 여성의 적나라한 고민과 성장통을 경쾌하게 다룬 『젖과 알』(문학수첩) 국내 번역·출간을 맞아 작가와 e-메일로 인터뷰했다.

-모녀지간은 모자나 부녀지간과는 또 다른 것 같다. 출산과 양육 등 여성성이 대물림되니까.

“그런 여성성이나 모녀의 관계엔 ‘거대한 폭력과 단념’ 대 ‘절대적인 긍정과 승인’이 공존한다. 오랫동안 여성으로 살아왔기에 그 위대함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야’라며 부정하고픈 마음도 크다.”

-제목부터 적나라하다. 여성의 ‘젖’이나 ‘생리’는 사실 은밀히 이야기되던 일종의 금기였다.

“여성의 생리나 젖은 우리의 살아 있는 모습 그 자체 아닌가. 이에 대해 말하는 데 별다른 저항감은 느끼지 않았다. 우리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가는가, 자신의 의지로 어쩔 수 없는 부분(신체나 성별)을 갖고 살아가는 게 어떤 것인지를 다루고 싶었다.”

-‘구니 짱이 생리대 거꾸로 쓰고 있었다’는 부분처럼 초경하는 소녀들의 사소한 에피소드와 예민한 감성은 어디에서 힌트를 얻었나.

“내 실제 경험이다. 실제와 허구의 상호 보완적인 관계 속에서 장면이 만들어지곤 한다.”

-작품에서 엄마는 딸을 양육할 돈을 벌기 위해 호스티스로 일한다. 작가가 호스티스로 일했던 이유를 소설로 말한다는 느낌이다. 젊은 시절 어렵게 살았을 것 같다.

“어떤 생활 속에서도 크든 작든 어려움은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고민하고 생각하는 기회를 주기에 돌아보면 고마운 경험이 된다.”

-호스티스 출신임을 공개하기 부담스럽지 않았나.

“나로선 학력에 대한 질문을 받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내 이력 중 ‘가난’이란 키워드를 현재의 이슈에 어떻게든 연결지으려는 미디어들의 태도에는 강한 의문을 느꼈다.”

-가수와 작가 중 어느 쪽이 더 맞나.

“둘 다 좋아한다. 언어와 신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모든 표현에 지대한 관심과 흥미를 갖고 있다.”

-어떤 작가, 음악에 영향을 받았는가.

“좋아하는 작가는 많다. 굳이 꼽으라면 커트 보네커트, J.D. 샐린저, 타와다 요코, 무라카미 하루키, 뮤지션 중엔 존 레논, 신디 로퍼, 뷔욕, 그리고 일본 록밴드 앨리펀트 카시마시를 좋아한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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