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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과한국인의삶>8.디자인은 국가경쟁력 원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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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요즘 들어 신문지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디자인」이란 말은 대부분 「경쟁력」이라는 용어와 함께 등장하는데,그때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약방의 감초처럼 인용되는 것을 자주 본다.
그 나라들에 가보면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찬란한 문화유산은 차치하고라도 생활 요소 요소에 스며들어 삶 속에서 숨쉬고 있는 디자인의 향기가 여행객을 유인하는 것만 같다.
이제 디자인은 더이상 우리 삶 한쪽 구석에 내팽개쳐져 있는 장식품이 아니다.그 동안 대한민국이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발돋움하는데 기술개발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듯이,앞으로 우리가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발전 노력과 함께 디자인능력 향상이 동반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디자인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디자인」하면 「사물의 외관을 보기 좋게 꾸미는 것」 또는 「제품설계에 투입되는 심미적인 요소」정도로 인식되고있으며,최근에 부쩍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는 있지만 제품 디자인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디자인을 제품외관을 꾸미고 만드는 활동만으로 보아서는안된다.디자인은 「전 산업에 있어 가장 기본적으로 구축되어야 하는 하부구조(Infrastructure:인프라)」다.패션.건축.가구.자동차.전자산업은 물론이고 최근에 떠오 르는 영상산업및 정보통신등 서비스 산업,그리고 각종 제조업을 발전시키는 인프라로서 디자인 산업을 새롭게 보아야 한다.
한 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 산업을 능동적으로 이끌어가는 주체(Subject),그 산업이 놓여 있는 환경(Environment),그 산업내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Resource),그리고 주체가 환경 속에서 자원을활용하는데 사용하게 되는 메커니즘(Mechanism)이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해야 한다.
디자인 산업도 마찬가지다.이 네 가지 요소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때 앞으로 한국경제가 발전하는데 디자인 산업이 공헌할수 있게 될 것이다.
디자인 산업의 주체로는 기업 경영자와 국가지도자,그리고 행정관료를 들 수 있다.일선에서 기업을 이끌고 나가는 최고경영자와전문경영자,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국정을 책임지는 국가지도자,정책 입안과 집행 부문에서 기업을 지원하는 행정관료,이들 모두가 디자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토대로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은 디자인 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첫 단계다.
디자인 산업의 환경에 속하는 요소로는 디자인 산업의 현수준,디자인 분야의 역사,전통,문화,디자인 관련산업의 발달,국민의 디자인 마인드등이 있다.현재 한국의 디자인산업은 이탈리아.프랑스.영국등 선진국은 물론 대만.싱가포르등 경쟁국에 까지 뒤지는수준이다.
그러나 수천년을 내려온 풍류와 기지는 디자인 분야에 대해 우리 국민이 가진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각국이 간직해온 고유문화는 대부분 국경선과함께 허물어져 가고 있어 그 나라 국민이 고유문화를 얼마나 적극적인 자세로 문화상품으로 개발하고 가공하여 세계시장을 공략하는가는 경쟁력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따라서 「디자인은 미술이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공학.경영학.문학.인류학.심리학등 다양한 분야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젊은이들에게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어 어느 민족보다도 우수한 디자인 감각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디자인 산업의 자원으로는 우리가 키워온 전통문화 외에도 인력측면에서 디자이너들과 자금 측면에서 정부와 기업의 디자인 투자액을 들 수 있다.디자이너 부문은 앞서 말한 디자인 교육산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업체의 디자이너 인력수급을 보면 국내 교육과정을 통해 배출한 인재들을 일선에 투입하다가도 막상 커다란 디자인 프로젝트는외국 디자인 회사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의뢰하는 경우가 보통이다.결국 디자이너및 디자인의 문제를 풀기 위 해서는 교육과투자 부문에서 해결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산업디자인에 대한 정부 투자규모도 그 동안 경쟁국들에 비해 뒤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통산산업부에서는 96년4월 산업디자인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공업기반기술 개발사업자금 67억원,시제품개발사업융자금 2백억원등 총 2백67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는데,이것은 디자인산업에 큰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메커니즘 측면을 보자.메커니즘은 앞서 살펴본 주체.환경.자원의 세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연결하는 기본 틀이다. 디자인 산업의 메커니즘은 주체인 경영자.국가지도자.행정관료가 주어진 환경 안에서 갖고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데 기본 틀이 되는 디자인 산업정책이다.
여기에서 디자인 산업정책의 주체는 경영자가 될 수 있고 행정관료가 될 수도 있다.경우에 따라선 영국 총리처럼 국가지도자가직접 발벗고 나서서 디자인 산업을 진흥시키기도 한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채택해온 디자인 산업정책은 민간부문이 주도하는 일본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디자인 정책이 경쟁력 강화에 원천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90년대 들어와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보화 정책처럼정부가 디자인 산업을 국가 사활이 달린 과제로 인식하고 교육부문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분석한 디자인산업의 네 가지 요소를 종합해 보자.우선 주체면에서 우리는 과거와 달리 디자인에 대해 눈을 뜨고 그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는 경영자와 행정관료를 갖고 있다.
다만 중앙집권적인 정치체제 속에서는 역시 디자인을 보다 집중적으로 꾸준하게 강조하는 국가지도자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다. 둘째로 환경면에서는 우리 수준이 비록 낙후되어 있지만 전통문화면에서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교육을 비롯한 관련 산업에 있어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접어들었고,국민의 디자인마인드는이중적이다.
셋째 요소인 자원을 보면 인력과 자금력 모두 우리 디자인 산업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마지막 요소인 메커니즘 역시 명확하고 적절한 디자인 산업정책이 없다는 점에서 개혁이 요구된다.
이를 종합하면 한국 디자인 산업은 주체와 환경 면에서 발휘할만한 우리의 가능성이 취약한 자원과 메커니즘 때문에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는 분석결과가 도출된다.
디자인 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디자인 인력 양성,적극적인 투자,그리고 현명하고 일관성 있으며 명확한 디자인 산업정책이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이와 동시에 앞으로 디자인이 한국경제를 선진국으로 탈바꿈시키는 원동력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우리 삶의 모든 영역으로 파고 들어와야 한다.디자인은 디자이너만의 고유영역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날마다 각자의 영역에서 새로운 것 을 계획하고창조하는 활동이다.
정치가는 국가의 미래 비전을 디자인하고 경제인은 미래사업을 디자인하며 농민은 내년도 농사를 디자인해야 한다.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미래를 디자인할 때 멋있는 서울,멋있는 대한민국이 새로 태어나게 될 것이다.
조동성 서울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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