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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피, 사랑스런 요괴 사랑에 빠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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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장군 왕생(천쿤)은 전장에서 새침한 매력의 여인 소위(저우쉰)를 구해내 자신의 성으로 데려온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소위의 매력에 호감을 품는데, 왕생의 부인 배용(자오웨이)은 묘한 불안감을 느낀다. 소위가 온 이후, 성안에는 심장이 사라진 시체가 연이어 발견되는 기이한 사건이 벌어진다. 때마침 용맹한 무사이자 과거 배용을 흠모했던 방용(전쯔단)이 성에 돌아온다. 배용은 소위의 행적을 의심하며 방용에게 도움을 청한다.

‘화피’는 500여 편의 기담을 모은 중국 청나라 때의 책 『요재지이』에 실린 이야기를 각색했다. 요괴가 나오는 로맨스물이라는 점에서 ‘천녀유혼’을 떠올리는 관객도 있을 테지만, 그 폭발력에 이 영화를 견주기는 어렵다. 이렇다 할 큰 기대없이 보는 편이 오히려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일 듯싶다. 대중영화로서 기본기를 갖췄으되, 설명적 방식의 편집이 많아 보는 이의 호흡을 더디게 한다.

이 영화의 매력이라면, 세 여배우가 보여 주는 서로 다른 개성이다. 자오웨이는 ‘소림축구’나 ‘적벽대전’의 발칙함 대신 장군의 본부인으로 차분하고 사려 깊은 매력을, 저우쉰은 사람의 심장을 먹고사는 요괴답게 뭇 남자를 두루 홀릴 듯한 오묘한 매력을 각각 발산하며 대비를 이룬다. 여기에 쑨리의 말괄량이 같은 중성적 매력까지 더해 3인 3색이다.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요괴를 쫓는 퇴마사로, 무사 방용을 돕게 되는 역할이다.

이 영화의 핵심적 정서는 장군 왕생을 두고 요괴 소위와 부인 배용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의 줄다리기다. 요괴인 소위가 인간인 왕생의 사랑을 탐내는 것은 아마도 자신에게 연민을 품은 유일한 인간이기 때문인 듯싶다.

왕생은 소위의 정체를 모른 채, 적장에게 붙잡혔던 가련한 여자로만 여긴다. 소위는 왕생에게 공공연히 사랑을 고백하는가 하면, 첩으로라도 삼아 달라고 애원한다.

흥미로운 것은 왕생의 대응이다. 꿈에서는 소위를 탐낼망정, 현실에서는 사랑하는 아내 배용에 대한 지조를 고집하며 “내 부인은 하나뿐”이라고 선언한다. 배용 역시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은 한결같지만, 소위의 남다른 매력에 쉽게 마음을 놓지 못한다. 더구나 배용은 소위를 요괴라고 의심하는 반면, 배용은 이런 아내의 의심을 철저히 근거 없는 것으로 여긴다.

다시 말해 이들의 사랑 게임에는 넘지 않는 선이 전제돼 있다. 요괴든 인간이든, 남자든 여자든 저마다 자신의 사랑에 충실하고, 좀체로 한눈을 팔지 않는다. 덕분에 영화의 결말도 안전하다. 지고지순의 사랑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원하던 바를 이루는 해피엔딩이다.

‘화피(畵皮)’라는 제목에 대해서는, 요괴의 몸에 무늬가 있다는 얘기가 영화 속에 나온다. 이를 비롯, 신출귀몰하는 요괴의 특징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했다. 그중에도 가장 공들인 장면은 요괴 소위가 말 그대로 인간의 껍질을 벗어 버리는 모습일 텐데, 꽤 엽기적이다. 영화 전체가 추구하는 아련함에 비하면 속된 말로 좀 깬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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