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 '젊음공간' 골동품 틈새서 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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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세월의 무게가 켜켜이 쌓인 골동품 가게들,가로수 사이로 얽히고 설킨 전시회 플래카드들….「서울 인사동」이란 말에 사람들이얼핏 떠올릴 두세가지는 이런 것들이 아닐까.
하지만 이 지역을 즐겨찾는 이들은 요즈음 『인사동이 달라졌다』고 한다.특유의 고풍스런 풍경 사이사이로 색다른 카페며 소품가게.노점상등 젊은이들의 눈과 발을 사로잡는 공간들이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고 있는 것.
인사동의 젊음은 그러나 서울의 신촌이나 대학로가 발산하는 젊음과는 차이가 있다는게 중론이다.
『10대후반~20대초반에 의해 점령당한 여타 거리에 염증을 낸 20대중반~30대중반이 인사동의 주된 손님들』이라고 주변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개그맨 전유성씨가 지난해 7월 문을 연 이색카페 「학교종이 땡땡땡」은 20,30대의 「추억샘」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공간.
낙서가득한 나무 책걸상과 「변소」라고 써붙인 화장실 팻말,「뽀빠이」 안주가 있는 이 카페는 『우리 학교 다닐때 랑 똑같네요』라며 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는게 주인 전씨의 말이다. 고미술품.민예품 가게들이 즐비한 인사동 거리에 60~70년대의 일상적인 물건이나 다국적 토산품을 파는 소품가게들이 적잖이 등장한 것 역시 젊은 손님들이 늘어난 사실과 무관치 않다. 두달전 「토토의 오래된 물건」이란 가게를 연 민권규(32)씨는 『젊은층이 부담없이 들어와 살 수 있는 이른바 「준골동품」 위주로 가게를 꾸며봤다』고 말한다.
84년판 국민학교 5학년 국어교과서와 청자담배가 단돈 몇천원에 팔리는가 하면 해외 벼룩시장에서 건진 낡은 축음기.낡은 흑백사진등도 이국적인 향취때문에 인기란다.
이밖에 최근 1~2년새 속속 선보인 보세의류와 액세서리 전문점들,「질경이」등 개량한복 가게들은 색다른 패션거리로서의 가능성까지 점치게 하는 인사동의 달라진 면모.하지만 무엇보다 인사동의 변화를 실감케하는 것은 주말이면 거리 여기저 기에서 좌판을 벌이는 노점상들이다.
올 여름무렵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 노점상 숫자가 요사이 30여개.
5천원을 받고 한지에 먹으로 초상화를 그려주는 거리의 화가에서 시리아산 보석함을 파는 독일인 여행객,직접 만든 은장신구를들고나온 미술대 지망생까지 「작은 박람회」를 연상시키는 풍경이다.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인사동을 찾는다는 회사원 김지일(33)씨는 『저질 상혼만 막을 수 있다면 시민.관광객과의 거리를한층 가깝게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젊은 거리」로서의인사동의 변신을 환영했다.
글=신예리 기자.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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