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퓨전 게임기로 '재기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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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의 '전자 엔터테인먼트 엑스포(E3)'행사장에서 인부들이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부스에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다. 비디오 게임 산업의 최대 신제품 출시 쇼는 12일 시작된다. [AP=연합]

'비디오 게임도 하고 영화도 보고, MP3 음악도 듣고…'.

지난해 가전 및 게임기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소니가 '퓨전 게임기'라는 색다른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소니가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의 게임축제 'E3박람회(Electronic Entertainment Expo 2004)'에서 공개할 차세대 게임기 PSP(휴대용 플레이스테이션)가 바로 그것이다. 이 게임기는 소니의 주력 비디오 게임기인 플레이 스테이션에 DVD 플레이어와 MP3 기능까지 갖췄다.

PSP는 1.8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신종 광학디스크로 기존 비디오 게임과 함께 영화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또 소니가 이달 들어 새롭게 개장한 온라인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사업인 소니 커넥트를 통해 디지털음악도 내려받아 들을 수 있다.

구타라기 겐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사장은 PSP 공개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이 휴대용 플레이스테이션이 '21세기의 워크맨'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20세기 소니의 최대 히트 상품이었던 워크맨에 빗대 21세기 주력 상품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담은 얘기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와 닌텐도 게임보이 등과 경쟁이 심해지면서 판매량이 전년보다 500만대 이상 줄어드는 등 부진에 빠졌었다.

하지만 이번 PSP는 단순한 게임기에 머물지 않고 가전왕국(家電王國) 소니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전략까지 담겨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은 보도했다. AWSJ는 "소니가 소비자 가전분야에서 오랜 부진을 씻고 핵심 사업부문을 통합할 수 있는 '대담한 전략'을 내놓았다"며 "PSP는 게임기와 가전의 시너지효과로 적자를 거듭하고 있는 가전분야 사업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을 것"고 평가했다.

하지만 경쟁자들의 대응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게임기시장의 최대 경쟁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미 이 같은 휴대용 복합 미디어를 개발 중이다. MS는 올 하반기에 역시 MP3와 비디오.디지털사진 재생기가 결합된 '포터블 미디어 센터(PMC)'를 출시할 예정이다.

MS는 또 소니에 뒤져 만년 2위에 머물고 있는 게임기시장에서도 온라인 게임사이트 X박스 라이브를 통해 새로운 게임대전을 준비 중이라고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0일자)는 전했다. MS는 무선 온라인 게임을 통해 고객층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게임기시장 3위인 닌텐도도 경쟁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가전략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소니가 도전자의 위치인 온라인 음악시장에서는 시장을 먼저 선점한 애플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애플은 지난주 음악 다운로드에 이어 뮤직비디오까지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 일주일 만에 330만곡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AWSJ는 "신제품 PSP에 대해 게임업계도 '이것이 게임기인지, 워크맨인지 정체성이 불분명하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소니의 새로운 전략이 소비자에게 먹힐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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