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드 반홀트 회장은] 회사 실적도 사내 방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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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 2002년 3월 한국방문 때 한국 직원들이 선물해 준 한복을 입고 기뻐하고 있는 반홀트 회장.

네드 반홀트 회장은 권위와는 거리가 멀다. 해외출장을 다닐 때도 늘 수행원 없이 혼자 가방을 챙겨다니기 일쑤다. 손수 운전으로 출퇴근은 물론이고 미국 내 출장 또한 공항에서 목적지까지 직접 렌터카를 몰고 다닌다.

그는 멀지 않은 곳을 비행기로 갈 때는 이코노미석을 이용한다. 다른 임직원들 또한 마찬가지다. 이를 불평하는 직원에게는 "마일리지를 이용해 업그레이드하라"고 농담한다.

이에 대해 반홀트 회장은 "어렸을 적부터 특별대우가 불편했다. 기본적으로 누가 옆에 있으면 매우 불편하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곧 속내를 드러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워크다. 매니저와 직원 사이의 간격은 크지 않을수록 좋다. 팀의 일원이 돼 같이 행동해야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매니저의 지시를 직원들이 따르게 된다."

반홀트 회장의 직원들에 대한 배려는 가족만큼 극진하다. 2001~2002년 대대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해고자의 선정기준을 투명하게 제시하면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우선적인 목표를 뒀다. 그 결과 2002년 포춘에서 '일하기 좋은 기업' 31위에 올랐다. "최대한 좋게 회사를 떠나는 것이 회사에 대한 나의 보답"이라고 말한 직원이 있을 정도였다.

지금도 회사의 실적을 외부에 발표하기 전에 사내 방송실을 통해 직원들에게 먼저 알린다.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직원들이 30분이라도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 반홀트 회장의 지론이다.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학사.석사)한 반홀트 회장은 1966년 hp에 입사해 연구개발 엔지니어.마케팅 엔지니어.제품 매니저 등을 지냈다. 88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90년 애질런트 테크놀로지스 사업 부문의 전신인 계측기 사업조직의 사장으로 발탁됐다. 99년 3월 분사와 함께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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