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좁아진 스트라이크존 … 플레이오프는‘투수 잔혹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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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두산-삼성의 플레이오프(PO) 5차전이 열린 21일 대구구장. 1회 2사 만루 위기를 맞은 삼성 선발 배영수는 볼카운트 2-2에서 두산 고영민에게 7구째 바깥 쪽 슬라이더를 던진 뒤 허탈해했다. 승부구로 던진 공이 제대로 박혔다고 생각했는데 문승훈 구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고영민은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했고, 이것이 빌미가 돼 배영수는 2점을 먼저 내줬다. 결국 4와3분의2이닝·5실점(3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2 전날 4차전에서는 타격과 관련된 포스트시즌 기록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12-6으로 승리한 경기에서 두산은 21안타를 몰아 쳤다. 역대 PO팀 최다 기록이다. 이날 양팀 안타를 합한 30개 역시 PO 최다. 6회까지 매이닝 득점을 올린 두산은 포스트시즌 최다 연속 이닝 득점 신기록도 작성했다.

심판들이 스트라이크존을 포스트시즌 들어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단적인 예다. 투수들이 ‘들어갔다’고 생각한 공이 볼 판정을 받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공이 가운데로 몰리게 되고 안타가 양산되는 모습이다. 투수들의 수난시대다.

5차전까지 치르는 동안 두산과 삼성의 선발 투수가 5이닝 이상을 던진 것은 총 세 차례(두산 두 번, 삼성 한 번)에 불과하다. 선발진이 약한 탓도 있겠지만 좌우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진’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1, 4차전 두산 선발로 나선 김선우는 “정규시즌 때 같으면 잡아 줬을 공이 모두 볼로 선언됐다. 공을 한 개씩 안쪽으로 넣다 보니 가운데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양팀이 다섯 경기에서 얻어낸 볼넷은 총 45개. 경기당 평균 9개꼴이다. 이는 정규시즌 평균(7.12개)을 크게 상회한다.

조종규 KBO 심판위원장은 “스트라이크존을 정규시즌과 똑같이 하도록 주문했다. 심판들이 규정에 입각해 엄격하게 판정을 내리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트시즌은 10년차 이상 베테랑 심판 7명이 팀을 꾸려 번갈아 구심을 맡는다. 4차전 구심을 본 임채섭 심판원은 “정규시즌과 다르다는 평가가 나올 때마다 자존심이 상한다. 다만 심판마다 개인차가 있고, 좀 더 잘 보려고 집중하다 보니 ‘좁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대구=정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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